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한국 박물관 역사상 매우 뜻깊은 해이다. 10월 2일부터 1주일간 서울에서 세계 박물관인들이 모여 총회를 하기 때문이다.
국제 박물관협의회(ICOM)는 유네스코 협력기구로서 160여 개국 1만 9천명의 회원을 거느린 거대한 비정부기구(NGO)이다. 총회는 3년에 한번씩 열리는데 한번은 유럽에서 다음 번은 비유럽국에서 개최한다.
서울 총회는 60년 ICOM 역사상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뜻깊은 행사이다. 한국은 75년에 회원에 가입하였으므로 거의 30년 만에 대회를 유치한 셈이다. 한국은 12년 전에 캐나다 퀘벡 총회부터 대회를 유치하기 위하여 벤치마킹을 시작하였다. 그 후 노르웨이, 호주, 스페인 총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진행과정을 예습하였다. 대회기간 중에는 29개의 국제 분과위원회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고고학 미술사 전문가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기념관, 자연사 박물관 전문가들을 위시하여 완구에서부터 우주선까지의 과학사, 민속에서부터 세계 문화유산 급의 문화재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모두 모인다. 그 위에 박물관 미술관을 경영하는 회장들, 지역문화전문가, 전시 교육전문가들이 함께 온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경기를 통하여 한국은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각종의 국제영화제를 개최하여 세계의 영화강국들과 실력을 견주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행사는 모두 단일메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물관 대회는 인문, 자연과학자들과 뿐만 아니라 국제 문화재 불법 유통에 대비하는 인터폴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2천명이상 모이는 대규모 백화점급 메뉴를 선보이는 행사이다.
기술과 문명의 선진국들은 모두 다양한 박물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박물관의 수와 종류가 다양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한국은 박물관의 수나 종류에서 중진국도 못 된다. 그런 나라에서 세계대회를 유치하게 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88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우리는 스포츠 강국이 아니었듯이 우리가 박물관 선진국이 되기 위한 우리들의 여망이 세계대회 개최로 실현되어 가고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국립박물관을 용산에 짖고있는 중이다. 비록 그것이 대회기간 중에는 개관을 못하더라도 한국을 방문할 세계박물관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대회기간 중에는 세계의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서 각종 홍보를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각 국이 개발한 전시 안전 관련 첨단 전자제품의 엑스포가 벌어져 서로의 기술력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한국의 여러 관련회사들도 그 동안 키워온 첨단 제품으로 이들과 競艶할 것이 기대된다.
우리는 세계 문화인들에게 교류의 장을 마련해주고 얻는 것을 무엇일까. 단순한 인간과 인간의 만남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오늘날 한국의 기술력들이 우연히 이루진 것이 아니라 오랜 문화전통을 딛고 이룩한 것이며 오랜 왕조를 이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과 국가가 성장하고있음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이다.
- 박물관신문 200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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