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즘: 전통과 혁신의 변증법
우리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국전에서 수상작가가 받은 상장, 메달을 보며 처음 본다고 하고 국전 개막식 사진 중앙에 이승만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여사가 중앙에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니 외국인이었던 걸 몰랐다고 말했다. 국전은 일년중 미술계 가장 큰 행사로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도 개막식에 종종 참석했었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 학생이 2022년 106세에 타계한 김병기가 사상계 1961년 12월호에 기고했던「국전의 방향-아카데미즘과 아방가르드의 양립을 위하여 글을 어떻게 찾아냈느냐고 물었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아카데미즘: 전통과 혁신의 변증법》전을 지난 9월 6일부터 12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아카데미즘에 초점을 맞추어, 18세기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유래된 아카데미즘이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정립되고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기획하였다.
1910년대부터 한국 유학생들이 일본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우게 되면서 인상주의, 야수주의, 표현주의 등 서구 미술이 한국에 유입되었다. 아울러 일본이 문화통치의 일환으로 조선미술전람회를 창설하여 제도가 용인하는 특정한 경향과 양식의 작품만을 추구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작품의 주제와 내용, 형식의 일관화를 촉진시켰다. 1949년에 창설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는 제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조선미전의 연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아카데미즘의 소재와 양식들을 고착화하게 된다. 이렇듯 관전은 외광파의 자연주의적 풍경화와 농촌의 목가적 인물화 등 균형미와 조화미를 이상적으로 권장하며 한국 화단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전시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창설 직후인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카데미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단행본 및 팸플릿, 신문기사, 미술잡지 등으로 구성되었다. 1부. ‘국전과 아카데미즘’에서는 구상미술을 중심으로 주요 관전인 국전의 형식을 반영하는 아카데미즘 미술의 흐름을 소개한다. 2부. ‘아카데미즘의 변증’에서는 아카데미즘을 둘러싼 평론, 작가론, 신문기사 등 반응을 살펴보며 당대의 아카데미즘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3부. ‘아카데미즘의 변모’에서는 관전 형식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국전 도록과 아카이브를 통해 아카데미즘의 변모 과정을 보여준다. 4부. ‘아카데미즘과 교육’에서는 일제 강점기부터 당대의 미술교과서, 뎃상교본를 선보이며 교육을 통한 아카데미즘의 양상을 조명한다. 교과서는 58년전 김환기 박서보가 지은 <표준중등미술> 2학년 1966년 어문각도 나왔다.
먼저 ‘국전과 아카데미즘’ 에서는 ‘우리 미술은 아카데미즘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한다‘는 신념 하에 창립된 1958년《제1회 목우회 양화전》(리플릿), 1967년 추상미술의 범람에 따른 반발로 구상 계열의 화풍을 진작시키며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창립된 《구상전》(팸플릿), 1974년 한국적인 사실주의 확립과 새롭고 건전한 한국미술 창조에 힘쓸 것을 공동이념으로 창립한 《한국신미술회》(리플릿) 등 주요 전시자료로 구성되었다.
‘아카데미즘의 변증’에서는 아카데미즘과 아방가르드의 공존을 모색한 서양화가 김병기의 「국전의 방향-아카데미즘과 아방가르드의 양립을 위하여-」(『사상계』, 1961, 12월호), 추상미술, 구상미술. 사실미술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것임을 주장한 김영주의 「추상·구상·사실」 육필원고(『한국일보』, 1963.9.20) 한국 미술계에서 국전의 역할과 문제점을 파헤친 서양화가 박서보의 「국전의 검은 백서」(『월간중앙』, 1968, 10월호) 등 아카데미즘에 대한 주요 평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달진 관장은 '한국 근현대미술계에 나타난 아카데미즘의 다양한 모습을 작품, 희귀한 아카이브 발굴, 연표로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53쪽 소책자 나왔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