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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박순영, 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을 향하여

김준기


박순영


박순영은 2010년부터 딱 10년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전담했다. 그는 레지던시 프로그래머 업무를 맡아 입주예술인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입주작가 전시와 비평가 매칭 등의 기존 프로그램을 작가가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는 ‘전시기획실습’, 자신의 창작물을 자료화하는 ‘글쓰기워크숍’, 비평적 관점을 습득하는 ‘비평워크숍’ 등으로 진화시켰다. 지금은 웬만큼 자리잡았지만, 창작자에게 글쓰기 실습을 시도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은 거제도에 자리잡고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작가들과 <예술가의 실전과 실습>을 이어가고 있다.

독립큐레이터로서 박순영은 여수와 울산의 미술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한다. 《2022 여수국제미술제: 푸른구슬의 여정》에서 그는 이승택과 전소정, 올라퍼엘리아슨스튜디오 등이 참여한 전시를 기획했으며, 한 해 걸러 이용백, 정연두, 수잔 앵커 등이 참여한 《2024 여수국제미술제: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을 펼쳤다. 최광호, 유승호, 빠키 등이 참여한《2023 울산현대미술제: 타임투고-예술가들의 거리》, 울산대와 협력하고 김아영, 권혜원 등이 참여한 《2024 울산현대미술제: 타임투고-위도와 경도가 만나는 곳》 등도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의제를 다룬 전시로서 개최지의 지역특수성을 반영한 기획이다.

그는 새로운 경험과 실행, 도전과 모험의 길을 걷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익을 목적으로 하며 삶의 가치를 예술의 형식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동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기관 소속일 때보다 독립큐레이터인 지금이 훨씬 더 자율적으로 자신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르다. 시대정신과 조응하는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박순영정신을 이루는 과정이자 방법이다. 자신의 삶과 연결 가능한 예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는 수십 년간 쌓아온 제도공간 큐레이터 삶을 접고 새 길을 걷고 있다.

큐레이터 박순영정신의 핵심은 자신이 정한 길을 향하여 소신있게 내 길을 가는 개척자정신에 있다. 황지우 시인의 시구 ‘길은 가면 뒤에 있다’는 말처럼, 박순영은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 하고자 하는 일을 향하여 방법을 찾아 움직인다.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사설 전시공간에서 공공미술관을 거쳐 지금은 훌쩍 서울을 떠나 섬에 정주하며 독립큐레이터와 공간디렉터로 일하는 그의 활동 이력에서 보듯, 그는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그 자신이 거제도에서 꾸리는 일들을 기존 대안공간과 달리 예술을 사업화하는 ‘소규모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그의 사고와 활동 방식은 전방위적이다.

그가 꾸리는 ‘문화공간;모음’은 이러한 지향을 실현하는 플랫폼이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모음, 자음을 소리나게 모음, 문화와 예술을 삶과 이어주는 모음’이라는 모토에서 나타나듯이 문화와 예술 관련 기획과 전시, 출판, 예술인 양성 교육, 연구, 공공미술프로젝트 등을 실행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나아가 아트상품 개발 및 디자인, 미술문화 연구 및 출판, 아트컨설팅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의 활동을 펼친다. 역사문화와 자연관광 등을 예술기획과 연구, 기록 사업과 연계하여 문화생산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일, 박순영이 거제도에 터잡으면서 자임한 일들이다. 2022년에 ‘중소벤처기업부 로컬크리에이터’에 선정된 일은 박순영이 지역에 뿌리박은 로컬큐레이터로서 펼치고 있는 활동 방향을 상징적으로 알려준다.

빡빡한 서울의 삶을 접고 남해 거제도로 이주한 독립큐레이터 박순영은 지역적 가치를 기반으로 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을 찾아나섰다. 독립큐레이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그는 기후위기와 지역문화라는 두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와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일했던 그는 수도권 편중으로 인한 지역의 문화적 소외현상을 완화하고 대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살고있는 남해안을 여행하며 문화유적, 시장, 골목 등을 살펴보며 일상사와 경제와 역사를 공부하는 게 그의 일 가운데 하나다. 지역 기반의 예술을 일구며 삶 속의 예술을 찾아나선 그의 꿈은 ‘거제도 큐레이터 박순영의 길’로 펼쳐진다.


- 박순영(1973- ) 홍익대 회화과, 동 대학원 미학과 졸업. 노암갤러리 큐레이터(2004-2008),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2010-2020), 여수국제미술제(2022, 2024) 및 울산현대미술제(2023, 2024) 예술감독, 서울시장 우수공무원 표창(2014), 시정연구기여 상장(2015), 저서로 『톡톡! 미술가에 말걸기』(2014, 류한승 공저), 『큐레이팅을 말하다』(2019, 공저), 현 <문화공간;모음>(2022- )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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