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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미술관, 짧은여행

김수연


더 이상 사람 사는 마을이 나타날 기색이 없어 보이는 구불구불한 산길도로를 따라 소양호주변을 달리다보면,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에 다다른다. 군부대가 많기 때문일까, 이곳은 넘쳐나는 식당 간판도, 선전문구도 없이 간결하고 깨끗한 모습의 작은 마을 이었다. ‘청정한 고장 양구’라는 문구가 거부감 없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화가가 태어나 자란 생가터에 세워진 미술관은 건물자체도 인상 깊었다.

‘대지에 미술관을 새겨나간다.’라는 건축가의 말이 그대로 그 곳에 존재한다. 왠지 낯익은 화강암 담장을 빙돌아 들어가면 나지막한 뒷동산을 감싸 안은 듯, 땅이 지붕이 되고, 지붕은 동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되는, 흥미로운 구조의 미술관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그 안뜰에서 잠시 선생의 동상과 마주앉아 있거나, 선생부부께서 잠들어 있는 뒷동산에 올라본다면 어린시절 그가 보고자라 작품세계의 근간이 되었을 양구의 풍경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설립 된지 얼마 안돼서, 소장품 역시 많지 않으며, 기증받은 유화작품 몇 점과 판화작품을 주로 전시한 작은 규모였지만 화가의 생애와 인간적인 면모를 잘 알 수 있는, 그를 꼭 닮은 미술관이었다.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요즈음, 그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시장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그림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작품의 한 면만을 보는 것 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림의 표면과 시장가치만을 보는데 열중한 나머지,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을 작가의 인간적 의지와 삶들을 간과하고 있을 염려는 없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화가 그 자체를 표출하고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소장품의 수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곳으로 느껴진다.

요즈음 세상은 진심과 성심을 찾아보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고들 한다. 혹 사람들은 박수근선생의 작품 속에서 남아있는 참된 엇인가를 찾아낸 것은 아닐까. 이런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그 몇 십억을 이룬 것은 아닐까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올해도 강원도로의 휴가행렬은 적지 않을 것이다. 방학에 맞춰 대형미술관이 기획하는 서양미술의 전시회에 집중되는 관심을 우리나라 미술에도 조금씩 나누어봄은 어떨까. 혹자는 우리나라에 화가가 박수근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박수근부터 시작해보자. 강원도의 그 곳을 찾아가는 길이 편리하고 쉽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여행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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