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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의 美感에 영혼을 불사른「오승윤 화백 回顧展」을 보고...

노상학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6월 하순 주말에 그동안 미루고 미루어왔던 오승윤(1939~2006)화백의 회고전을 보기위해 광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전시 종료 하루를 남기고 훌쩍 떠나는 남도여행은 筆者에게 색다른 맛과 정취를 주기 충분했다. 이번 회고전은 지난 5월22일부터 6월 2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의「올해의 작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오 화백 작고 후 처음 열려 개인전과 추모전의 성격을 띄고 있어 그 의의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오 화백이 작고하기 직전에 그린 대작「산과 마을」을 비롯하여「금강산」등 시대별로 엄선한 대표작 70여 점을 선보여 전시회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는 점에서도 평가 받을만하다.오승윤 화백은 근대 한국화단의 거장이자 우리나라 인상주의 회화의 대가로 꼽히는 오지호 화백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20세 무렵인 1959년에 이미 전국 학생미술실기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국전 특선6회, 추천작가,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 빛나는 수상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며 한국화단의 중심에 우뚝 섰다.

우리나라 미술평단에서 오 화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생전에 그가 화려하게 일구어 온 자신의 회화세계를 과감히 청산하고 전혀 다른 창조적 畵風을 지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그의 기득권 포기 및 화폭의 변신은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그가 있기 까지는 자신과의 무한경쟁,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發想의 大轉換 의지 등이 오 화백의 뇌리 속에 견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주최 측이「大寒」, 「織女圖」,「海女圖」등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그의 초기 화풍의 구상작품 중 대표작 여러 점을 선정하여 말년에 지향한 화풍과 확연히 비교가 되도록 작품을 배치해 보는 이의 이해를 도왔다.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작품 색조가 원색적이면서 불안정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그윽하게 깃든 우리의 전통적 정서가 오롯이 녹아든 五方色을 기초로 한 “風水시리즈” 의 대작을 선보인 것이다. 오 화백이 風水시리즈에서 차용한 한국의 전통적 색채인 오방색(적, 청, 황, 흑, 백)은 삼라만상의 창조적 우주질서를 상징한다. 이러한 본질적 요소인 오방색을 바탕으로 이번에 전시된「坐禪」, 「바람과 물의 역사」등에서 오 화백은 裸婦나 한복을 입은 여인, 석가모니의 형상, 연꽃 등을 등장시켜 숭고한 생명의 탄생은 우주질서의 근원이자 근본임을 상서롭게 표현하였다.

사실,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風水시리즈의 구성요소인 하늘과 구름, 산과들, 강과 호수, 나무와 새, 사슴과 물고기, 꽃과 초가집 등은 모두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들이다. 그런데 이런 친숙한 소재는 각자가 위치한 공간에서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어 보는 이에게 평온함과 위안을 안겨주며 매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매력은 서구화 물결의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향토색 짙은 “마음속의 고향”이 눈에 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또 다른 전시작품 중 붉은 原色으로 우리 山河의 아름다움을 아기자기하게 묘사한「지리산과 섬진강」, 「독도에 이는 바람과 구름」등과 사계절을 원색의 조화로 깔끔하게 처리한「5월」, 「가을」, 「추색」의 작품 등이 눈길을 끌며 筆者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한편 제1전시장에 이어 제2전시장에 별도로 마련한 30여 점의 판화모음은 유화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관람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옥의 티라면 작품선정에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지 못한 부분이다. 「올해의 작가」로 대접하면서 大家의 재조명에 다소 소홀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고 못내 아쉬웠다. 감상에 빠지며, 상념에 빠지며 두어 시간의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을 나서니 아직도 밖에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초여름 오후의 미술관 주변정경은 너무도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본성을 회복하고 우주적 순환이치를 일깨워 자연과 인간은 불가분한 관계임을 우리의 전통적인 오방정색의 美感을 바탕으로 그 정신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오승윤 화백의 童話的 작품세계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다같이 숨쉬기를 기대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귀경 길에 올랐다. 삼가 고 오승윤 화백의 명복을 빈다. (‘0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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