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미술상 20년의 회고
오광수(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석남미술상이 수상자를 낸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석남 이경성 선생의 회갑기념을 기해 제정된 이 상은 청년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매년 뛰어난 신진을 발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석남상을 수상한 면면을 보면 가히 이 상이 취지가 어떤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많은 미술상들이 있지만 이 상만큼 본래의 취지와 변함없는 성격으로 그 신선함을 지속시키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상의 권위는 주는 측과 받는 측에 의해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석남상도 주는 축이나 받는 측이 다같이 줄 수 있는 위치와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춤으로써 그 위상이 날로 더 높아져가고 있다. 상은 주는 측, 즉 개인이나 재단이 갖는 지명도가 높을 때 그 권위가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수상자들의 활동내역이 상의 권위를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석남상은 이 두 경우에 다같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외에 때때로 상금이 권위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최근 엄청난 상금을 내걸고 출범하는 수상제도는 바로 상금으로 먼저 권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와 반대로 상금이 없이도 권위가 있는 상들이 있다. 상금 없는 상을 수상하기를 바라는 이 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상일지도 모른다. 석남상은 상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다른 상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상금은 많지만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상에 비해 상금이 적거나 없어도 받고 싶은 상이 참으로 권위 있는 상이다. 석남상은 젊은 작가들 사이에 정말 받고 싶은 상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회를 통한 석남상의 수상자들은 모두 23명이다. 매해 1명을 원칙으로 하되 때때로 2명의 수상자를 낸 해가 있다. 6회의 신현중, 조성무, 11회의 김수자, 윤동천, 14회의 강애란, 이수홍이 그들이다. 장르별로 보면 한국화가 신산옥, 박인현, 김선두, 유근택이고, 서양화가 지석철, 장화진, 황주리, 양주혜, 권여현, 신경희이고, 조각이 신현중, 김진영, 이수홍이며 그 외에 비디오, 설치 등 이른바 매체분야에 김장섭, 김수자, 조성무, 윤동천, 김영진, 김범, 홍수자, 문경원, 박혜성이며 판화에 강애란 등이다. 장르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남녀의 비율도 비슷한 편이다. 수상의 경향은 최근에 올수록 설치나 비디오 같은 매체예술이 단연 많아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어 오늘의 젊은 미술이 지향하는 관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최근에 올수록 여성작가들의 수상자가 많아지는 추세도 발견되는데, 이 역시 오늘날 우리 미술의 상황을 잘 반영해주는 단면이다. 80년대 이후 괄목할만한 우리 미술의 변화라면 단연 여성미술가들의 대거 진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권익신장이 비단 미술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미술가들의 엄청난 숫자 증가는 지각변동이라고 할만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청년작가란 통상 35세 미만의 작가들을 말한다.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청년작가의 통념도 이에 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35세 미만이란 아직도 확고한 자기세계가 확립되어있지 않은 미완의 작가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실험과 모험이 이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자기세계가 굳어지기 시작하면 실험의 추세에선 멀어져가기 마련이다. 모험은 젊은 세대의 몫이다. 현대미술은 끊임없는 모험의 연속과 같은 인상을 준다. 이 모험을 주도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몫이다. 따라서 세계미술 특히 국제전 같은 무대는 상당수가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경연장 같은 마당이 되어가고 있다. 국제전이란 자체가 과거처럼 완성된 작가들에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술의 향방을 예고하고 점검하는 자리로서의 색채를 띠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국제전을 통해 우리의 젊은 세대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진다.
석남상이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따라서 완성된 세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향하는 세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가치에 대해 일정한 판단을 가한다는 것이다. 20회에 걸쳐 수상자를 내면서 석남상은 우리 미술의 젊은 세대가 무엇을 고민하며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가를 그때 그때 점검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새삼 이 상이 지니는 의의가 큼을 실감케 된다. 이미 앞서 지적했듯이 상은 수상자들에 의해 그 권위가 만들어진다고 본다면 석남상은 역대 수상자들의 뛰어난 활동이 그 권위를 만들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상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관을 하였으며 얼마 있지 않아 석남미술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수수한 재단사업으로 추진되어 왔다. 최근엔 다시 평론가협회가 심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졌다. 과거 수상자들의 심사에 참여하던 것을 지양하고 역대 수상자들은 작가를 추천만하고 심사는 평론가에게 일임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란 언제나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석남상은 정말 객관적이라고 할만큼 제대로 수상자를 선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을 짧으면서도 한편 긴 세월이다. 상은 1, 2회로 끝나면 권위가 생기지 않는다. 상은 세월과 더불어 만들어지기도 한다. 석남미술상 20년은 이미 세월의 무게를 지닌다.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연륜이 붙는 것만큼 상의 무게도 더해갈 것이다. 새로 상을 받는 사람이 지니는 신선감 못지 않게 역대 수상자들이 개별적으로 쌓아가는 경력이 이 상의 무게를 더해간다는 사실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석남미술상 20년 도록, 2001년

젊은 작가 발굴의 첫 장을 연 석남미술상, 그후 20년
김달진(가나아트센터 자료실장)


우려했던 Y2K와 떠들썩했던 새 천년, 밀레니엄의 첫 해는 갔다. 2001년은 실제적인 21세기에 접어든 것이다. 현실은 IMF사태 이후 또다시 맞은 경제위기, 혼미한 정치상황, 붕괴되고 있는 교육현장, 구조조정과 노사분규 등으로 답답하다. 이번겨울 유난히 많이 내린 폭설은 사람들에게 눈의 서정을 만끽하고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지난 2월16일 금호미술관에서 석남미술상수상기념 박혜성의 전시회가 열리며 역대 수상자 전시 계획은 이루지 못하고, "석남미술상 20년" 도록을 만들어 행사를 가졌다. 이 도록(232쪽)은 미술관, 화랑, 개인 등이 협찬금을 지원했고 역대 수상자의 구작, 최근작, 석남미술문화재단 연혁, 시행사업 등이 수록된 책자로 대신하였다.
매년 12월에 들어서면 석남미술상 발표를 기다린다. 다른 미술상보다 관심이 많은 것은 내일의 주역이 될 35세의 미만의 젊은 작가가 누구인가도 궁금하고, 나와 석남미술문화재단과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석남미술상은 원로 미술평론가 석남 이경성선생을 기리기 위해 1981년 첫 수상자를 발표 한 후 20년이 되었다. 대개 12월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이듬 해 석남선생 생신이 있는 2월에 시상식을 겸해 수상작가기념전을 가져왔다. 그동안 수상자는 모두 23명(1986년 6회, 91년 11회, 94년 14회는 수상자가 2명) 이 나왔다. 처음에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이란 이름으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하였다. 지금도 수상자 선정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을 포함, 수상작가 중 일부가 참석하여 결정하고 있다.

석남미술상이 출발한 1981년 경에는 미술상이란 서울시의 서울문화상, 예술원의 예술원상, 문화공보부의 문화예술상 등에서 매년 미술부문에 수상자가 있어 왔다. 중앙일보사의 중앙문화대상에 미술인이 수상하는 경우도 기억된다. 이는 대개 공로상으로 원로, 중진작가가 수상하였다. 그 외에 서예가 원곡 김기승씨가 제정한 1978년 원곡서예상,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을 기리는 우현장학회의 1980년 우현미술상이 있었을 뿐이다. 그 후에 1984년 선화랑의 선미술상, 87년 김세중조각상, 89년 이중섭미술상, 조각가 석주 윤영자의 석주미술상, 목공예가 목양 박성삼의 목양공예상, 최영림미술상, 90년 김수근문화상, 김종영조각상, 91년 한국화가 월전 장우성의 월전미술상, 92년 오지호미술상, 95년 허백련예술상 등이 생겨났다.

그동안의 수상자 성별을 보면 남성 14명, 여성 9명이었다. 석남미술상을 일반적으로 ''여성이 강세''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여성작가의 진출과 활동이 드러난다는 반증이다. 출신학교로 보면 홍익대가 가장 많아 김장섭, 신산옥, 지석철, 김진영, 박인현, 김수자, 김영진, 이수홍, 유근택, 박혜성 10명이며 서울대는 장화진, 신현중, 권여현, 윤동천, 김범, 신경희, 홍수자 7명이다. 이화여대는 황주리, 강애란, 문경원 3명, 중앙대 김선두 1명, 그리고 고려대 조성무, 프랑스 마르세이유 뤼미니미술대 양주혜 씨가 있다. 전공별로는 한국화에 신산옥, 박인현, 김선두, 유근택 4명이고 조소에 신현중, 김진영, 김영진, 이수홍, 김범, 홍수자 6명이다. 나머지 13명이 서양화, 판화 전공자들이며 지금은 전체적으로 장르 구분자체가 모호하고 무의미하다. 작품의 경향으로 볼 때 석남미술상은 민중미술 계열은 수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수상자들의 면모를 보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이미 화단에서 유명해진 작가, 유학에서 돌아와 수상을 계기로 활동이 두드러진 작가, 지금은 미술활동이 감추어진 작가까지 있다. 한편 석남미술문화재단에서는 대학원 또는 대학생 중 선정해 전학년이나 학기분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들은 필자인 본인 이외에 유순남, 차병갑, 김성희, 강병욱, 윤혜원 등이 있었다. 여하튼 미술상은 상금의 과다나 어떤 이름보다 상을 받는 사람들에 의해 그 권위가 결정된다. 수상자들의 작품활동 성과에 의해 더욱 석남미술상이 빛을 내고 영원히 기록 될 것을 기대한다. 석남미술문화재단의 장학금 수혜자를 대표하여 발전을 빌며 이 글을 쓴다.


석남미술상 20년 도록, 2001년

회수 수상자
연도 전시기간 전시장소
1 김장섭 1981 1982. 2. 13∼3. 5 서울미술관
2 신산옥 1982 1983. 3. 24∼30 송원화랑
3 지석철 1983 1984. 2. 21∼27 그로리치화랑
4 장화진
1984
1985. 3. 25∼31
그로리치화랑
5 황주리
1985
1986. 2. 16∼25
그로리치화랑
6 신현중
1986
1987. 2. 17∼26
그로리치화랑
  조성무
1986
1987. 2. 17∼26
그로리치화랑
7 김진영
1987
1988. 2. 17∼24
그로리치화랑
8 박인현
1988
1989. 2. 17∼26
그로리치화랑
9 양주혜
1989
1990. 7. 27∼8.19
독일 웨슬링겐시 시립미술관
10 권여현
1990
1991. 2. 18∼28
한국미술관
11 김수자
1991
1992. 2. 17∼22
한국미술관
  윤동천
1991
1992. 2. 17∼22
박여숙화랑
12 김선두
1992
1993. 2. 17∼23
박여숙화랑
13 93젊은작가전
1993
1994. 1. 17∼21
박여숙화랑
  김영진
1993
1994. 2. 17∼23
박여숙화랑
14 강애란
1994
1995. 2. 17∼23
박여숙화랑
  이수홍
1994
1995. 2. 17∼23
그로리치화랑
15 김 범
1995
1996. 2. 27∼3. 8
박여숙화랑
16 신경희
1996
1997. 2. 17∼24
박여숙화랑
17 홍수자
1997
1998.2. 17∼24
박여숙화랑
18 문경원
1998
1999. 2. 19∼26
박여숙화랑
19 유근택
1999
2000. 2. 17∼29
모란갤러리
20 박혜성
2000
2001. 2. 16∼3. 4
금호미술관
21 서혜영 2001 2002. 2. 20∼3. 3 인사아트센터
22 유승호, 홍영인 2002 2003. 2. 18∼2. 24 모란갤러리
23 강석호 2003 2004. 2. 1∼2. 8 모란갤러리
24 윤정선 2004 2005. 2. 16∼2. 22 모란갤러리
25 우종택 2005 2006. 2월 예정 모란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