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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19/동시대 미술의 쟁점(공동체 4): ‘얕은 공동체’의 가능성

심현섭

공공미술 19/동시대 미술의 쟁점(공동체 4): ‘얕은 공동체’의 가능성 

미술의 사회적 참여와 함께 공동체의 가능성을 재고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 즉 공동체적 존재로 타고난 개별 인간의 한계 때문이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 나고 죽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인식의 궁극적이고 단독적인 주체로 믿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 개인주의로 치닫는다(Jean-Luc Nancy, 1986). 이런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는 왜곡된다(백종국, 2006).
 
어느 시대,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은 이기적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조직에는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공동체에 잠재되어있던 계급차별, 전체주의라는 유령이 나타나며, 이는 공동체에 대한 거부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공동체를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경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개인의 소유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자본주의에서 개인주의적 자유는 약육강식의 경쟁주의, 물신주의, 환경파괴, 빈부격차가 집약된 사회를 만든다.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공동체적 가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제기한다. 개인적 자유주의자든지 공동체주의자든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체로 공감한다. 따라서 문제는 공동체 자체의 수용여부가 아닌 전체주의의 최소화, 즉 건전한 공동체성의 확립에 있으며 이는 인간의 선한 의지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에 있다. 

공동체의 기준은 “총체적인 삶의 방식의 공유, 일정한 규모의 대면관계, 상호 호혜 의무(reciprocal obligation), 집단 정체성의 유무” 등이다(황경식, 2001). 자유주의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위와 같은 사회적 현실적 관행을 구체적인 도덕적 규범으로 삼으려는 공동체주의의 태도에 기인한다. 공동체주의자에게 서로 상이한 개체들로부터 훌륭한 특성들을 모아 하나의 효율적이고 조화로운 통합체를 하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개체의 특성에 대한 불신은 전체 사회의 규범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규범을 세우다보면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거한 자유주의사회는 바람직한가?  공동체주의자들은 그랬을 때 인간은 이기주의와 경쟁주의의 심연에 빠져든다고 본다. 이는 오늘날 경제적 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에서 나타난 폐해이기도 하다. 개인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노동의 분업이나 상품의 교환과 같은 추상적인 사회관계에 의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상승을 위해, 그리고 타인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투쟁하고 이로 인해 계급투쟁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현상이 일어난다(황경식). 

그러한 사회는 비인간적인 면으로 해서 개인이 익명과 고립 속에서 사는 불행한 상태를 만든다(Karl Popper, 1945). 인간의 공동체적 욕구는 인간의 자유본능이 가져올 사회적 위험을 감지한 또 다른 본능의 반응일지 모른다. 따라서 공동체사회나 자유주의사회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의 철학적, 사회적 역량과 상황에 맞춰 조율해나갈 문제이다. 현 단계에서는 전체주의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즉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대안의 공동체로서 ‘얕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험할 때이다.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서 차이와 억압이 없는 공동체를 추구하지만, 완성보다는 미완성의 과정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의 장소가 과도한 개인주의와 약육강식의 경쟁주의에 노출된 상황에서 개인주의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필수적이다. 특히 공중과 공적 장소를 대상으로 미술의 공공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공공미술에서 공동체 실현은 그 가능성에 대한 경험적 판단보다는 미술이 꿈꾸고 도전해야 하는 이상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상은 장소라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질 때 구체화한다. 

공공미술 20/동시대 미술의 쟁점(장소 1): 공공미술에서 장소 문제 부상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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