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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현법인화문제 2/ 국현 법인화 추진 배경 및 과정

심현섭

국현의 법인화 문제를 논하기 앞서, 그 동안의 전개 과정을 대략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현의 법인화 추진에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영향을 주었다. 외부적 요인은 사회정치적 배경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이의 극복을 위해 받아들인 신자유주의의 영향이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공공 관리 방식인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에 기초한 행정 개혁을 실시하였다. 신공공관리론은 독점적인 정부 기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 국민이 만족하는 고객지향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다. 민간기업처럼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의 이익(결과물)을 내는 경영 시스템을 받아들여 효율적인 긴축 운영으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의 외부적 요인은 외국의 미술관들이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다.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정부로부터 독립한 채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의 현황은 국현의 법인화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지막 외부적 요인으로 정치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박정희 정부부터 노태우 정부까지 이어진 군부 통치(1963~1993) 아래에서 문화예술정책은 정권 홍보 수단으로서 국가 주도 혹은 통제를 기반으로 하였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에 이르러 문화예술정책은 지원과 진흥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는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여당의 자유주의와 야당의 국가주의 노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법인화 논의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에 빠져든다.  

한편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수동적 운영의 성격을 가진 국현으로서 자발적인 변화를 견인할 만한 내부적 요인은 강하지 않았다. 행정직 위주의 운영과 전문 인력의 근무 기피로 인한 전문성 약화와 이에 따라 관람객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 내부적 요인에 속한다(행정안전부 정책연구보고서, 2008). 두 번째로 국현의 관료적 행정 시스템에 대한 자기반성을 꼽을 수 있다. 일정한 성과를 지향하며 수익과 인사경쟁을 벌이는 기업과 같은 타 조직과 달리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는 공무원 사회 특유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우려 - 창조성, 자율성, 효율성에 대한 우려를 포함한다 - 가 긴축 경영이라는 국가 경영 방침에 맞물려 국현 법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분위기 조성이 내부적 요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정부 기관 법인화 논의 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등이 법인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책임운영제도도 함께 도입하였다. 한국의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세계 최초로 실시한 영국의 책임집행기관(Executive Agency)을 본보기로 한다. 영국의 책임집행기관 제도는 1979년에 발족한 대처 보수당 정권 하에서 경제적 침체에 대한 사회전반에 대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중앙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공공부문의 인력 감축과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활용된 제도이다. 책임집행기관은 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전통적인 행정과 달리 투입보다는 결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신공공관리적 방법론에 기초하여 권한 위임, 경쟁, 성과 측정 등을 개념요소로 하고 있다. 책임운영제도를 논하는 과정에서 정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속한 국현의 법인화 논의도 함께 부상했다. 

당시 미술계 내부에서는 책임운영기관화의 시행 안의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미술관의 고답적인 조직 운영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노무현 정부는 국립박물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국현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선정하였고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책임운영기관은 “행정의 효율성 및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목적으로 정부 부처의 집행적・사업적 성격이 강한 업무를 분리, 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성과관리를 바탕으로 보상과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정부가 수행하는 사무 중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경쟁원리에 따른 운영이 바람직하거나, 전문성이 있어 성과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사무 수행을 위하여 일반 행정기관보다 조직‧인사‧예산의 자율성을 높게 보장받고, 운영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정기관”이다. 2021년 11월 기준, 소속책임운영기관 52개 기관 및 중앙행정기관인 특허청 1개 기관 등 53개 기관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 중이다.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하던 국현이 다시 법인화 논쟁에 휘말린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민간화를 시도하면서다. 여기에는 책임운영기관이 실질적으로 국가 지원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부는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을 시도하였다. 책임운영기관이 여전히 국가기관의 한 유형으로서 자율성이 떨어져 그 실효가 높지 않으므로 더 강도 높은 조직 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전환으로서 민간화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국현은 문화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의 순환식 인사와 조직 운영의 경직성으로 인한 예산 낭비와 저효율성, 관람객 수의 격감이 문제가 되었다(행정안전부, 2010). 그러나 민간이양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독점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 자체수입의 한계, 민영화에 걸리는 실질적인 시간과 비용의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완전 민영화보다는 법인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법인화는 민영화 이전에 일정 기간 국가가 재원을 지원하여 자립기반을 도모하도록 돕는 제도다. 선정기준은 ‘민간의 경쟁력이 성장하여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기관’, ‘해외 및 과거 사례, 유사 공공기관 운영 사례의 성공 경험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기관’이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부속기관에서는 국립중앙극장과 국현이 법인화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2010년 7월, 국립중앙극장의 전속단체인 국립극단은 재단법인화로 결정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특수법인화로 추진되어 같은 해 11월에 「국립중앙미술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법인화 찬반 논쟁이 일어남에 따라 제18대, 제19대, 제20대(2016년) 국회에서 제정안이 계류되었다가, 결국 반대의견에 묻혀 201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더는 국현의 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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