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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초대개인전 심홍 이소영 : 한글문자도 걍

  • 전시분류

    개인

  • 전시기간

    2023-06-30 ~ 2023-07-21

  • 참여작가

    이소영

  • 전시 장소

    디아트플랜트요갤러리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2-3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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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뷰어
이소영. 걍-그냥. simply, 57☓39cm. 요철지 수묵담채, 2023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는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21일까지 기획초대전으로 심홍 이소영 (心弘 李昭昹) 제20회 개인전 <한글문자도 걍>을 선보입니다. 

  ‘걍(그냥), 해, 밥, 삶, 정, 싹, 맘과 몸, 멍, 새, 영, 껄, 복, 멋, 쉼’ 

 한 음절 한글은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는 작가 이소영의 관심이 꽂힌 곳입니다. 한글은 내용이자 형식으로 다뤄지며, 그림의 소재와 재료로, 주제이자 그림 그 자체가 됩니다. 외마디 파편들이 단호하게, 거칠고 뻣뻣하게, 혹은 편하고 부드럽게, 하얀 종이에 파적을 일으키며, 현대인의 소망과 그 길을 향한 깨달음의 순간들에 관심을 주목시킵니다.  

 이소영의 한글문자도는 조선시대 문자도를 차용한 것이나 ‘효(孝) 제(第) 충(忠) 신(信) 예(禮)의(義) 염(廉) 치(恥)’라는 유교사상과 덕목을 교훈적 메시지로 전달하거나 장식을 목적으로 한 그림과는 차별화된 작가 고유의 예술언어를 구사합니다. 그림 속 자음은 자연과 사물의 형상들이, 모음은 사람의 몸짓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인물풍경화들은, 한글의 구조미와 시각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동화(動畫)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이에 덧붙여 작가는 한글문자도 단편들마다 동시대인으로서 작가적 단상을 곁들인 <작품해설도>를 병풍식 화첩으로 펴냅니다.

이소영. 걍-작품해설도, 화첩 수묵담채, 17☓288cm, 2023


 작가 이소영은 한글문자도 안에서 해설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간간이 한글문자도 바깥 세상을 전하기도 합니다. 바깥 존재들 소위, 언급되지 못한 존재, 버려지고 던져져 매몰될 존재, 사라져가는 존재들입니다. 그림자인간, 신천옹-알바트로스-길냥이-토종여우 등으로 대변된 캐릭터를 부채그림으로 작품해설도에 말풍선처럼 연결짓기도 하고, 낡고 빛바랜 짜투리를 다시 모아 새로움의 기원을 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담아내는 메탈양 내강(內剛)이를 분신으로, 자신의 서사공간을 하나의 상징으로 연출합니다. 

 1997년 <이소영 첫 번째 그림전>을 시작으로 그는 매 개인전마다 구체적인 타이틀로 -자연과 신, 역사의식, 동시대 현실과 사회적 이슈, 현대인의 심리와 존재의미 등- 작가적 관심과 주제의식을 명시해왔습니다. 또한 전시 타이틀에 시각형식을 ‘그림전’ ‘그림영화전’ ‘수묵애니메이션전’ 으로 구분 명기한 작가에게서, 글과 그림으로, 전통회화와 수묵애니메이션으로, 책과 전시로, 설치와 영상으로 다양한 소통방식을 부단히 모색하는 시도에서, 시각예술가 이소영의 엄밀하고 세심하게 언어방식과 뉘앙스에 대한 배려가 한결같이 느껴집니다. 



이소영. 응 또는 흥 설치, 작품해설도, 등장 캐릭터 설치

<던져진 존재, a cast being,>, 지름78cm, 시트지, 혼합재료, 2023
어떤 학자가 사람을 우주에서 온 별 먼지라고 한 바처럼 우리는 세상에 무심코 던져진 존재이다. 
지구에서는 폰 속 세상을 보며 각자의 시공간 을 떠돌다 별로 돌아간다.

가운데, <폰과 함께, With your phone>, 지름38cm, 요철지 수묵, 2023
현생 인류는 하늘을 안보고 종일 폰 속 세상에 매몰되어 산다.

<등장 캐릭터>-그림자인간, 신천옹, 길냥이, 토종 여우, 비단부채, 채색, 지름20cm, 2023



 이소영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 전공으로 석사(산수화의 수지법에 관한 연구,1993), 박사학위(인물화의 사의성에 관한 연구, 2006)를 받은 전통 연구자로서, 수묵애니메이션 영상 감독으로 한국화 전통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모색하는 실험작들을 부단히 제작발표하며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우리 것에 대한 오랜 애정과 관심, 계승과 새로운 변모의 과제는 <산에 올라 마음의 붓을 들었네> <옛 그림 속 우리 얼굴> <옛 그림 속 우리 동물> <꽃 속에 마음 담은 우리 옛 그림> <심홍 이소영의 수묵일러스트레이션>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등의 저술가로 출판활동과 대학 강단에서의 교육활동 및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으로(치유프로젝트 I, II, III, 삼성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 충북대병원 단국대병원, 2011-2012)으로도 시도되어왔습니다. 학예적 관심과 재능을 두루 겸비하고, 연구와 교육, 창작, 전시를 통해 다방면에 두루 펼치며 묵묵히 제몫을 이어온 예술가입니다.  

 그녀의 20번째 개인전 <한글문자도 걍>은 시서화(詩書畵) 삼절의 경지를 추구했던 전통회화의 연구자로서, 사진, 영상, 이모티콘 등 기술이미지시대 문화와 소통방식에 관한 동시대적 관심과 참여, 그 안에서 생명과 기후 환경에 관한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걍(그냥), 해, 밥, 삶, 정, 싹, 맘과 몸, 멍, 새, 영, 껄, 복, 멋, 쉼’ 낱소리 날글 낱말 한 자 한 자 낱낱이 마음이 가닿은 곳 머문 그림 꽂힌 자리마다 고요한 파적과 선선한 바람이 새로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함께 하고픈 작가 이소영의 예술공간에 초대의 마음 전합니다. 



조성지 |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관장


이소영. 걍2, simply2, 45.5x38cm, 장지 채색 혼합재료, 2023




한글 문자도로 통해 본 현대인의 일상

한정희 | 전 홍익대 교수, 미술사

  한국화가 이소영의 개인전이 어느덧 20회에 이르렀다. 늘 성실하며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전시회 이력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수묵 애니메이션 전>, <그림 영화전>과 같은 새로운 기법에 대한 관심, <자연의 신>이나 <물 이야기>에서 보이는 자연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기말과 미래>나 <그림자 표류기>에서의 현대인의 고통과 구원의 묘사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이번 20회 개인전의 주제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상상력을 연결시킨 한글 문자도를 통하여 평소 작가가 인식하고 있던 현대인의 일상의 이모저모를 이미지로 표현해 본 것이다. 현대는 문자보다는 이미지를 통하여 보다 더 폭넓고 용이하게 소통하는데, 한글의 여러 글자들 예컨대 밥, 삶, 정, 싹, 복, 멋 등을 조선시대의 문자도(文字圖)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해 본 것이다. 

  원래 조선시대의 문자도는 유교적 덕목인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 등의 글자에다가 이미지를 약간 더하는 것이지만 이소영 작가의 한글 문자도는 본인의 현대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세심한 의식 그리고 폐해에 대한 고발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그림과 글씨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이전의 몇 전시회에서 일부 등장하였으나 이번에는 주도적인 접근법이 되고 있다. 



이소영. 밤의 사색, 장지 수묵담채, 48☓38cm, 2023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사람이 늦은 귀갓길 창밖 화려한 도시야경을 보며 사색,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


  이번 출품작 중 <밤의 사색>이라는 작품은 존재감 없는 평범한 한 사람이 늦은 밤 귀갓길에 창밖 화려한 도시야경을 보며 사색하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공감이 되면서 애잔한 느낌을 준다. <걍-그냥>에서는 지구 위에 서서 하늘을 보며 꿈꾸는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는 우리의 외로움과 종교적 구원을 자주 묘사하고 있다. 

  이전의 전시에서 작가는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현대인을 ‘그림자 인간’이라 부르며 실제 작품에서는 인물을 실루엣으로 희미하게 처리한 바 있다. 또 사회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인간을 표범 무늬를 한 양(羊)으로 표현하며 ‘메탈양’ 또는 ‘내강(內剛)이’라고 부르기도 하면서 기독교에서의 양의 의미를 변형시켰다. 플라스틱을 먹으며 죽어가고 있는 새들을 그린 ‘멍-신천옹-알바트로스’ 는 자연과 기후의 위기 상황, 환경파괴 등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이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묵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긴 두루마리 형식을 차용하여 그림영화전을 구사하기도 하였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버리는 종이나 헌 옷 등을 활용하는 콜라주 방식이나 설치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소영 작가는 하나의 시각적 방식이나 주제를 파고드는 방식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여러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관람자에게 흥미로움과 새로운 관심을 던져준다. 구상적으로 때로는 반 추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현대사회에 대한 인식을 이미지화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세련된 필치로 다양한 이모티콘들을 만들며 우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회화적 표현의 능력은 4회 개인전인 사물놀이의 창시자인 김용배의 일생을 다룬 <음의 빛깔>에서 이미 잘 드러났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해학적이고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감각으로 현대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드러내며, 힘없고 존재감 없는 현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작가의 다음 단계를 기대해 본다.


좌) 이소영. 밥1. meal, 57☓39cm. 요철지 수묵담채, 2023
- 아기를 돌보는 엄마와 밥벌이하러 경쟁사회로 가는 아빠를 의인화한 글씨, “ㅂ”은 밥그릇

우) 이소영. 밥2. 47.5☓38cm. 옻지 채색, 2023
- 진달래는 변치 않는 사랑, 박쥐무늬는 복 상징, 밥 짓는 사람의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밥그릇





문자의 변증법: 한글문자도 걍

문성준 | 미술평론가

 
“인간 언어는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이 있으며, 이 두 측면 중 어느 한 측면은 다른 측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 매 순간 언어는 확립된 체계(système)와 진화(évolution)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 <일반언어학 강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


문자는 그 진화의 단계에서 추상(抽象)을 추종하였다.
최초의 시작은 지극한 구상(具象)이었다. 마들렌기(Magdalenian period, BCE20,000 ~ BCE10,000)의 인류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세밀하고 정확하게 동물의 형상(形像)을 그렸다. 황소의 형상은 황소의 기표가 되었고, 말의 형상은 말의 기표가 되었다. 형상은 즉시 자신과 닮은 지시체를 획득했다.

형상이 선(線)이나 점(點)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선과 점, 그리고 그것의 추상적 조합인 문자는 현실과 닮지 않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무한을 내포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이것은 인류사의 가장 위대한 진화였다. 

진화는 모든 것을 대체했다. 형상은 문자가 탄생하기 전까지 그것을 대신했지만, 문자의 탄생 이후에는 기능을 상실했다. “사물을 설명함에는 언어보다 나은 것이 없고, 형상을 보존함에는 그림보다 나은 것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과도한 기술의 발전은 때때로 진화를 되돌리기도 한다. 데이터를 기반한 이미지의 복제와 확산이 쉬워진 지금, 수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문자의 발전이 다시 구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모티콘은 현대의 구상 문자, 즉 상형문자가 되었다. 

다만, 역사적 변증법이 그러하듯, 현대의 상형문자는 고대의 상형문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히에로글리프(hieroglyphs)가 신성문자(神聖文字)라는 어원처럼 소수만을 위한 독점적 문자였다면, 현대의 이모티콘은 모두를 위한, 모두의 문자다.

그러므로 현대의 상형문자가 어린 백성을 위해 만들어진 한글과 친화력(Wahlverwandtschaften)이 높은 것은 필연이다. 더구나 시(詩), 서(書), 화(畵)를 추구했던 문인의 후예인 한국화가가 이 유산을 그대로 두는 것은 직무 유기일지도 모른다.
한국화가 이소영의 작품은 모두를 위한 현대 상형문자의 또 다른 진화 과정이다. 


이소영. 껄껄, cachinnate, 48☓38cm. 옻지 채색, 2023
“~할 껄”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없을 때 비로소 웃을 수 있다.
개미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 듯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그의 작품은 시서화이되, 이전의 시서화와는 다르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 시대의 아들이며, 때로는 우리 감정의 어머니”인 것처럼, 그의 상형문자에는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라는 예전의 가치 대신, 현대의 감정과 사상을 담은 열다섯 글자가 있다.
시서화는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담는 일이다. 이 열다섯 글자에서도 작가가 어떻게 사람과 세상을 마주하는지, 그 시선이 보인다.

예를 들어 <걍-그냥>에서 작가는 “그냥”을 “simply”로 대응하였다. “just”로 번역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굳이 “simply”로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just”일 때의 “그냥”과 “simply”일 때의 “그냥”은 의미와 감정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Just do it”이라는 어떤 기업의 캐치처럼, 서구 모더니즘적 자기 계발론에 가깝다. 이것은 어쩌면 위장한 위로이다. 할 수 있다는 응원과 위로.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응원이 강요나 협박처럼 들릴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후자는 오히려 그런 하고자 하는 마음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동양적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으로써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너머도 받아들이는 것이 “simply”로써의 <그냥-걍>이다. 



이소영. 그냥 나야, 45☓38cm, 장지 채색, 2023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나로 산다는 전시의 주제, 
메탈양, 그림자인간, 우주,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그림 같은 집, 나비처럼 꿈을 이루고 훨훨 날고 싶은 소망 상징


이처럼 <한글문자도>는 확장의 과정이다. 
언어는 줄곧 사유의 집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에 비해, 그 기호가 내포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더구나 각 문화권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특정한 기호들은 더욱 그렇다. 한국화가 이소영의 <한글문자도>는 어쩌면 이런 장벽, 즉 기의와 기표 사이, 문화와 문화 사이, 타자화와 대상화 사이를 넘나드는 확장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한글문자도> 역시 진화할 터이고, 그러므로 앞으로 더욱 달라지겠지만, 그 진화의 단계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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