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솔
지난 9월 22일, 마포구 창천동의 ‘탈영역 우정국’과 연희동 ‘플레이스 막’을 방문했다. 대안공간 특성상 비교적 늦은 시간(~pm.7:00)까지 개관하기 때문에, 해질 무렵에 방문했음에도 다행히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우선 옛 우체국건물을 그대로 살려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탈영역 우정국>에 흥미를 느꼈기에, 먼저 방문하기로 했다.
01. 창천동 ‘탈영역 우정국’, <리서치, 리:리서치>전
탈영역 우체국은 ‘(구)창천동 우체국’의 폐건물을 그대로 살려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창천동우체국은 ‘서울 마포우체국’으로 통폐합 되었다.
‘탈영역’이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데, 이름 그대로 이곳은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영화상영 등 ‘전위적이고 다양한’ 퍼포먼스가 열리는 공간이다. 기존 관습적인 제도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영역을 지향하기에 그 이름이 꽤 도발적이면서도 잘 어울린다.
“탈영역 우정국은 우체국통폐합으로 인한 유휴공간이었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구)창전동 우체국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리니어 콜렉티브의 장기프로젝트이다.
(...중략....)
(구)창전동 우체국의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본 프로젝트는 우체국의 옛말인 우정국으로 공간의 이름을 명명하였습니다. 또한, 소통과 메세지를 주고 받았던 장소성에 기인하며 POST OFFICE의 “POST”의 다른 뜻인 “이후의”, “탈” 장르와 영역의 규정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탈영역 우정국” 이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탈영역 우정국’홈페이지 발췌-
‘탈영역 우정국’은 광흥창역 6번출구 방면에서 도보로 10분정도 걸어가면 보인다. 아파트단지 사이 깊숙이 들어가 있어 지도로 찾아가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맞은편에 ‘서울패션직업전문학교’가 있어 골목만 잘 찾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외관부터 내부모습까지, 우체국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선 전시공간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전시포스터 및 공간의 로고간판이 이곳이 ‘특별한 공간’임을 알려준다. 우체국이라는 전형적인 사무공간에 전시를 한다는 점이 일반사람들에게 흥미를 자극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은 총 2층으로 구성되고, 모두 전시공간으로 사용된다. 특히 2층은 옥상을 두어 세미나나 간단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조된 특별공간이다. 사무실은 2층에 간단히 비치되었다.
△ ‘탈영역 우정국’은 9월3일부터 24일까지 <리서치, 리:리서치>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 위 좌측-컴파니(1층), 위 우측-김준(1층) / 아래 좌측-신제현(2층), 아래 우측-인주첸(2층)
<리서치, 리:리서치>전은 2016 시각예술창작상실 전시지원 선정작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사업지원을 받았다. 작가의 주제, 장르적 유사성을 중점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본 전시는 5-10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작가들을 중점적으로 모았다. 강홍구, 김준, 나현, 신제현, 오톨리스그룹, 이티씨, 인주첸, 컴파니 등 총 8작가가 참여하여 아트리서치에 관한 담론을 형성한다.
“본 전시에서는 리서치라는 광의의 용어를 현대미술 내부에서의 조사연구로 그 용례를 좁혀 들어가면서 전시의 쟁점을 생산해내고자 한다. (중략) 소위 ‘예술가의 조사연구’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해서 어떤 전제가 작동해야 하는지, 작가마다 구사하는 리서치의 방식과 전개과정을 어떤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지, 일반적 조사연구와 구분되는 예술적 리서치에 대해 어떠한 가치부여와 입체적 독해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해 나가고자 한다.”
-탈영역 우정국’ 홈페이지 발췌-
개인적으로, 옛 우체국 금고에 리서치 자료를 설치한 ‘나현’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1층 전시장에 들어가면 우체국 창고로 쓰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공간이 바로 보이는데, 이 공간에 들어서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금고에 선명히 남아있는 ‘2013 서울 마포우체국’이라는 자욱이 전시공간과 어우러지며 관객의 머릿속에서 무언의 연결을 확장시킨다.
신제현은 결혼정보회사의 등급표에 따라 1등급부터 10등급에 해당하는 남성의 정액을 이용하여 비누를 제작하고 설치 및 판매까지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전신청한 사람에 한해 직접 자신의 정액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 비누를 제작해주는 <무료 비누 제작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한다.
‘탈영역 우정국’은 아파트단지와 가깝고 맞은 편에 패션학교가 있다는 위치적 이점으로, 가볍게 전시를 관람하고 가는 주민이나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전시 외에도 가볍게 즐길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많이 열리기에, 예술의 무게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독립예술공간으로서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플레이스 막(Place MAK)’에 다녀오기 위해, 연희동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사진제공: ‘탈영역 우정국’ 독립큐레이터 조주리
-탈영역 우정국: ujeongguk.com
02. 연희동 ‘플레이스 막’, 하용주 개인전 <BLIND>
‘탈영역 우정국’이 오후 8시까지 개관하는 반면, ‘플레이스 막’은 7시에 문을 닫기에 마음이 바빴다. 버스로 40분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다.
시간이 꽤 지나, 날이 많이 어둑해졌을 때 도착해서 아쉬웠다. 플레이스 막은 연희동 주거촌 중심에 있다. 무수한 빌라 사이에 엉뚱하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광경이 낯설기도 하면서, 찾는데 매우 난항을 겪었다.
플레이스 막은 2010년 6월 연남동에서 시작하여 원래 연남동에 있던 ‘MAKSA’는 유지하고, 올해 연희동에 새로 개관한 것이다. 방문했을 땐, 하용주 작가의 개인전 <BLIND>가 진행되고 있었다. (9월 16일부터 10월 11일까지)
'조형언어를 통해 나타나는 작가의 정체성과 인식은 고정된 표현보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예를 들면 습관과 같은 형식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작업들에서 구축된 표현방식을 무너뜨리고 대상의 선정과 시점 및 공간 운용, 재료의 선택과 사용방법, 평면에서의 표현이어야 하는 당위성 등의 형식적 측면에서의 원론적인 의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업들이 사회 안에서 타인의 시선과 인식에 대한 불편함으로부터 출발하여 관계, 공간, 구조에 대한 고민이 확장되어 시리즈로 나열되듯이 시각적 표현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가노트 중-
바닥 마감재를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안내문구가 붙어있었고 건물의 미감을 살린 내부구조가 인상적이었다.
(△ 좌-안내문/ 우-전시 리플렛 및 전시설명 인쇄물)
막상(막) 전시를 보러 가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어떤 막(膜)에 현기증을 느끼는 대중들을 위해 플레이스막은 순수하고 거침없는 막(幕)을 올릴 것이다. 막은 이런 성향을 지녔다. 주저 없고, 거칠지만 대중이 자진해 걷어치울 수 있는 막이 되고자 한다. 막을 걷어 안을 들여다보고 그곳에서 그들의 예술적 수많은 양상을 찾아 꺼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플레이스막의 미션이다.
(...중략...)
연희동이라는 주거지역을 연고지로 삼으면서 예술 불모지에서의 부족한 예술 향유를 해소하는 역할의
중요한 임무를 갖게 되었다.
-‘PlaceMAK’ 홈페이지 발췌-
-플레이스막 :www.placemak.com
03. 문래동, ‘공간413’ 이은영 개인전<관람차 반 입체>
23일, 아쉬운 마음에 신진대안공간을 하나 더 방문해보기로 했다. 요즘 화제에 오른 문래동에서 새롭게 전시를 시작하는 대안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
‘공간413’은 ‘창작촌’과는 꽤 거리가 있다. 문래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도보로 10분정도 걷다가 철강소 골목으로 진입하면 그 사이에 숨어있다. 매우 비좁은 골목사이에 있어 찾기가 쉽진 않았다.
철강소를 구경하다가 갑작스레 맞딱드린 이상한 곳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공간413’이 있었다. 숨막히게 비좁은 골목에서 바로 앞의 철강소와 마주보고 있었다. 앞선 두 공간에 비해 전시공간이라기 보다는 어느 철강소에 딸린 작업실처럼 보였다. 매우 작고 허름한 모습이었다.
전시를 하는 곳이 맞는지 의문을 품고 들어가니, 입장료를 넣는 함이 있었고, 전시관련 팜플렛과 서문, ‘공간413’의 정보를 원하는 사람을 이름을 적고 받아볼 수 있도록 간단한 연락처를 적을 수 있도록 메모지를 비치하였다.
‘공간413’은 이 곳만의 기본적인 ‘공간사용 메뉴얼’이 있다.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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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 사용 희망자는 이메일(413project@gmail.com)로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공간 사용을 문의한다.
- 사용 희망자는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낼시 계획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글을 자유형식으로 첨부한다.
방문
- 사용 희망자는 이메일 문의 후 방문 일시를 예약한다.
- 방문 예약 후 사일삼에 1회 이상 방문하여 전시 공간을 확인한다.
- 방문시 좀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계획과 내용을 운영자와 공유한다.
협의
- 사용 희망자와 운영자는 공간 사용 일정을 상호 조율한다.
- 사일삼은 사용자에게 공간 임대료를 받지 않으며, 제작비 및 운송비, 초대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터뷰
- 모든 사용자는 사일삼이 제시하는 공통 질문에 답변한다.
- 사용자는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자율 형식의 글로 작성한다.
- 글의 분량은 10pt a4 한장으로 제한한다.
- 글의 분량이 부득이하게 많을 시에 운영자와 협의한다.
- 답변은 안이자밖 프로젝트에 아카이브 된다.
- 답변은 별도의 서문이 없을 시 전시서문으로 사용될 수 있다.
- 답변은 사일삼에서 제작한 홍보물에 사용한다.
- 답변은 비정기적인 출판물에 사용될 수 있다.
디자인
- 사용자의 프로젝트마다 홍보와 기록을 위한 규격 엽서를 제공한다.
- 규격엽서는 안이자밖 디자인 메뉴얼을 통해 제작한다.
- 규격엽서는 크기 200x 100 mm, 컬러 먹1도, 수량 500 장으로 한다.
- 규격엽서는 한정된 디자인의 방법을 통해 노동력을 최소화한다.
- 규격엽서는 한정된 디자인의 방법으로 인해
프로젝트마다의 느슨한 연결고리를 만든다.
- 규격엽서는 뒷면에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입한다.
- 규격엽서의 디자인은 모든 온/오프라인 홍보물로 사용한다.
- 규격엽서는 직전의 프로젝트 입장료를 제작 비용에 사용한다.
홍보
- 주로 SNS와 메일링을 통해 홍보한다.
- 사일삼 홈페이지(http://41-3.org) 에 아카이브한다.
- 그 외 홍보는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한다.
- 그 외 홍보시 사일삼은 적극적으로 돕는다.
사용
- 프로젝트는 획일적으로 입장료를 받는다.
- 입장료는 2000원 으로 한다.
- 입장료는 다음 번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 입장료의 수익이 평균이상으로 매우 높을 시
사용방법을 사용자들과 논의한다.
- 사용자는 입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 프로젝트는 매일 열리지 않아도 된다.
- 프로젝트의 열고 닫음, 관리와 책임은 사용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한다.
- 프로젝트의 열고 닫음의 형식은 사용자가 결정하되 운영자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 사용자가 희망할시 별도의 오프닝 리셉션, 작가와의 대화 등의
자리는 1층 안개부엌을 사용할 수 있다.
복구
- 프로젝트 종료 후 사용자는 공간을 이전의 상태로 원상 복구한다.
전달
- 입장료를 다음 사용자에게 릴레이로 전달한다.
비정기적 출판물
- 안이자밖 공통 질문의 답변과 프로젝트 기록물을 비정기적으로 출판한다.
- 비정기적인 출판물의 이름은 ‘안이자밖’으로 한다.
(출처: 공간413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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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에는 입주작가 개인공간이 있다. 외부인에게는 비공개이지만, 2층에 올라가면 창문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전시장 벽면은 낡아서 페인트칠이 마구 벗겨져있고 전선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개인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작품과 거친 공간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작품에서 뻗어져 나온 선과 낡아서 갈라진 벽면에서 뻗어나오는 선이 얽히고 설켜, 공간을 꽉 채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간413’에서는 9월21일부터 10월5일까지 이은영작가의 개인전 <관람차 반 입체>를 전시하고 있다. 드로잉 작업 뿐 아니라 2층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설치작품도 포함된다.
내 작업의 시작이 되었던 ‘관람차 반 입체’드로잉은 우연히 얻어 걸렸다. 선이 얽혀진 복잡해 보이는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그림이 아닌 다른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내 그림 안에 넣고 싶었다. 마치 캔버스 안에서 뻗어 나와 조명을 받고 그림자를 생성하는 듯 한 이야기가 나왔다.
(중략)
길바닥 있는 금간 도로의 모습, 창문들, 벗겨진 시멘트 벽의 모습 등등 별거 아닌 것들에서 보이는 선을 따라가게 된다.
-작가노트 발췌-
△ 전시장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공간을 둘러보는 내내 작업하는 둔탁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공간413’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전시적 장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과 떨어지지 않은, 그것도 아주 깊숙한 공간에 전시장이 함께하는 장면이 반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공간413 : www.41-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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