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간담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객원연구원


김형미 학예연구사가 5 전시실 앞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2019년 11월 28일부터 열리는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를 관람하기 위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년 역사를 조망한다. 1970년대 비디오 아트는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것으로 시작했으며, 1980-199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 그리고 1990년대 후반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싱글채널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비디오 아트의 각 세대별 특성 및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대규모 전시인 만큼 한국 비디오 아트의 변곡점과 그 독자성을 조명하고,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과 미디어 변화 속에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전개양상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시는 총 7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신체/퍼포먼스/비디오', 사회, 서사, 비디오', '대중 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를 다루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미 학예연구사, 배명지 학예연구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강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 김형미 학예연구사가 참여하여 전시 기획 의도와 각 주제별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첫 번째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970년대 한국 비디오 아트의 태동기를 살펴본다. 70년대 중〮후반 회화나 조각이 아닌 퍼포먼스, 비디오 등의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실험했던 《대구현대미술제》(1974~1979)에 주목하여 한국 비디오 아트를 이끈 중요 작가들을 소개한다. 박현기의 초기작 <무제>(1979)와 김구림의 <걸레>(1974/2001)를 비롯하여 곽덕준, 김순기 등 초기 다양한 비디오 아트를 만나볼 수 있다.


김구림, <걸레>, 1974/2001

전시장을 들어서면 먼저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의 영상이 소개된다. <걸레>는 하얀 걸레로 책상을 닦는 행위의 과정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데, 점점 더러워지고 까맣게 되어 흩어지는 과정이 화면 속에 담겼다. 시간성과 행위에 대한 개념을 비디오 아트로 가지고 온 작업이다.


박현기, <무제>, 1979

한국의 1세대 비디오 작가인 박현기는 TV 돌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무제>와 <물기울기>로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한국 대표 비디오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무제>는 돌 사이에 돌의 영상을 담은 모니터를 쌓아 올린 그의 대표작이다. 실재 돌과 돌의 이미지를 중첩시켜서 무엇이 돌의 실재이고, 또 모니터 속 돌이 허상이라면 실재의 돌은 무엇인지, 실재와 가상, 실상과 허상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드러낸다.


백남준, 존 갓프레이, <글로벌 그루브>, 1973

백남준의 <글로벌 그루브>는 한국의 사물놀이와 전통춤, 뉴욕의 현대 대중무용, 광고 이미지 등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몽타주 영상으로 지구촌의 개념을 시각화하였다. 비디오 매체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미국 유족의 허락 하에 전시하게 되었다.


곽덕준의 초기 비디오 작품 설치 전경

■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두 번째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에서는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중반 새로운 매체의 도입과 테크놀로지 및 뉴 미디어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의 비디오 아트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양상을 보여준다. 탈 평면, 탈 장르를 내세우며 혼합매체, 설치, 테크놀로지, 오브제를 적극 도입한 타라, 로고스와 파토스와 같은 소그룹 활동으로 인해 한국 현대미술이 역동적으로 변화한 모습이 전시장에 담겼다. 회화와 조각이 아닌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출구를 마련한 비디오 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4년 한국에 소개되어 소통 매체로서 비디오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게 한 작품이다. 백남준은 1984년 1월 1일 위성을 이용하여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프랑스 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100여명의 예술가들이 참가하는 위성 TV쇼를 기획하였다. 이 작품은 대중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미술, 패션쇼 등 대중문화와 아방가르드 예술이 넘나들며, 텔레비전 영상이 콜라주 되는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로서의 텔레비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육근병,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 1988

육근병의 잘 알려진 작품이자 1992년 카셀 도큐멘타에도 소개된 <풍경의 소리+터를 위한 눈>이 이번 전시를 위해 재제작 되었다. 죽음을 상징하는 무덤에 박힌 눈은 육신이 사라진 영적인 존재,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는 영적인 심성을 상징한다. 육근병이 제시하는 눈은 나와 타자가 서로 교감하는 상호 소통의 창구이며, 역사를 응시하는 사유의 매개, 그리고 삶과 죽음이나 음과 양 등의 이분법적인 것들을 연결하는 매개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한국 비디오 아트는 과학기술 진흥정책으로 테크놀로지를 부흥시키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을 표현하는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로써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 배경 하에 1991년에는 미술과 과학의 결합을 표방한 '아트 테크' 예술가 그룹이 결성되었다.


송주한/최은경, <매직 비주얼 터널>, 1993/2019

아트 테크 그룹의 일원이었던 송주한과 최은경의 비디오 설치 작품은 공간 전체를 거울로 감싸고 총 10대의 TV 모니터와 프로젝터를 공간에 투사하여 거울 반사효과에 따라 가상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1990년대 한국 사회에 나타난 컴퓨터의 가상 현실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했다.

■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세 번째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에서는 조각과 영상의 내용을 다층적으로 전달하려는 장치로서 조각의 움직임에 주목한 다양한 작가들의 비디오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영상의 움직이는 이미지와 키네틱을 결합하여 인간의 기억의 이미지, 실존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김영진, <액체-투명한 상실의 그림자>, 1995

작가가 고안한 특수한 프로젝터, 폐쇄회로 카메라, 물 펌프 등의 기계장치를 통해 물이 움직이면서 영상 이미지가 투사되었다. 물의 흐름 그대로를 특수한 장치를 통해 확대하여 보여준 로우 테크놀로지 기반의 아날로그 영상 작품이다. 여기서 액체는 우리의 신체성과 연결되며, 액체의 물질성과 가변성은 비디오 영상의 특성과도 연관된다.


문주, <시간의 바다>, 1999/2019

10대의 모니터로 구성된 문주 작가의 대표적인 비디오 키네틱 작품이다. 10대의 모니터에 작가가 제주도와 서해, 동해 등에서 촬영한 10개의 바다 영상이 담겨있다. 파도 치듯 움직이다가 서로 동일한 수평선을 만드는 순간에 멈춘다. 10개의 바다 이미지는 거대한 하나의 바다 이미지로 동기화되며 서로 다른 시공간이 중첩되는 것을 보여준다.

■ 신체/퍼포먼스/비디오
네 번째 '신체/퍼포먼스/비디오'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 성, 정체성, 여성주의 등의 여러 담론이 등장하면서 신체를 통해 인간의 주체를 어떻게 얘기할 것인지가 중요해진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 작가들은 비디오 매체의 자기 반영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행위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표현한다. 오상길, 이윰, 구자영, 김두진 등의 신체, 퍼포먼스 기반의 영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상길, <제 살 핥기>, 1999

평론가로 알려진 오상길이 작가 시절 제작한 작품으로, 몸의 일부를 핥는 모습을 매우 느린 속도로 담아냈다. 역겨운 행위를 아주 느리게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에게 비디오 아트의 고유한 시간성을 극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김두진, <잔인한 장식장>, 1998

장식장 속에 있는 여러 개의 접시 표면에 절단된 신체를 영상으로 투사한 작업이다. 작품 속 신체들은 분절되고 파편화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그것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를 제거하고, 제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하여 인간의 완전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 사회, 서사, 비디오
다섯 번째 '사회, 서사, 비디오'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 중심의 매체, 비디오 자체의 특성에 주목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이 시기에는 비디오가 가진 문화 영상과 접목하면서 시대의 태도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신글로벌리즘 체제로 인한 영향관계, 즉 개개인의 일상 삶에 역사적 서사가 어떻게 영향을 갖고 개입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김수자, <떠도는 도시들-2727km 보따리 트럭>, 1997

김수자가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자신의 삶의 여정을 비디오 작업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당시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이주 및 유목의 문제와 지구 곳곳을 옮겨 다니는 노동자들의 곤경을 본인의 경험과 연결시켜 보여준다.


김범, <꽃>, 1999

김범의 <꽃>은 만다라의 도상처럼 실제 시공간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하여 비물리적인 시간으로의 이동을 상징하는 형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여섯 번째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에서는 당시 대중문화가 갖고 있는 세대적인 감각을 작가들이 비디오 작업의 토양으로 삼았던 시기에 그 소재와 촬영 방법을 작품에 차용한 작가들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테크놀로지와 엔터테인먼트의 절묘한 조합인 노래방을 제작, 설치한 이불 작가와 광고, 애니메이션, 홈쇼핑 등을 끌어들여 제작한 작가들의 비디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불의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Ⅱ>(1999/2000)은 노래방을 직접 제작하고 설치하여 작가가 경험한 대중문화 감각을 구현해냈다. 1인용 노래방 안에서 관람객은 온전히 혼자 있는 상황에 몰두하게 되는데, 공공의 공간인 미술관에서 이렇게 개인적 공간을 갖는 것은 대중을 위한 노래를 개인의 기억으로 받아들이는 상황과 연결되어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
마지막 파트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비디오'에서는 시간의 비연속성, 왜곡과 변형 등 비디오 매체의 장치적 특성이 잘 드러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싱글채널 비디오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를 다룬다. 김세진, 박화영, 함양아, 유비호, 문경원, 전준호 등의 초기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이 전시되었다.


유비호, <검은 질주>, 2000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을 활용해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으로 보여주는 유비호는 정보화의 문제,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비디오 매체를 통해 작품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검은 질주>는 3개의 채널로 구성되어 채널당 3명, 5명, 3명의 인물이 끊임없이 달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사회 감시체계 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함양아 <치즈>, 1996-1997

한국 싱글채널 비디오 1세대 작가인 함양아는 <치즈>에 약 2주 동안 치즈가 부패하는 과정을 담았다. 매체 자체의 본질에 주목하여 그 과정에 담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현재 70, 80년대 초기의 한국 비디오 매체 실험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연구와 관심이 매우 높고, 해외에서도 전시나 비평을 통해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형미 큐레이터는 전시를 통해서 미디어 아트의 총론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으며, 배명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시원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70, 80, 90년대의 누락된 움직임을 좀더 부각시키기 위해 2000년대가 아닌 70, 80년대 사이를 집중 조명하였고, 이는 한국 현대미술과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재정립하여 해외에 소개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모든 공백을 다 메울 수는 없지만, 주제와 태도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에 가까운 전시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 출품작 중 재발굴된 작업의 경우 한국 비디오 아트 역사를 복원하고 재조명하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는 오는 11월 28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 4, 5, 6 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나 국립현대미술관이기에 가능했으며,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가 교과서적으로 잘 정리된 뜻 깊은 전시라고 생각된다. 전시를 통해서 앞으로 한국 비디오 아트의 담론과 비평, 창작에도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홍세림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