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연구원
푸른 유리구슬 소리 :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
2021.7.8-9.5
서울대학교미술관
전시장 입구
지난 7월 7일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의 기자 간담회에 다녀왔다. 《푸른 유리구슬 소리: 인류세 시대를 애도하기》에서는 인간 중심주의로 인한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생태적 위기를 직면한 현시대에 대한 12명 작가들의 예술적 르포타주(reportage)로 구성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강주리, 구은정, 김신혜, 김유정, 나점수, 송수영, 안종현, 이소요, 임노식, 지알원(GR1),한성필, 허윤희 작가가 참여하며 7월 8일에 시작하여 9월 5일에 막을 내린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나현 학예연구사의 진행으로 전시 투어로 구성되었다. 전시 투어에 앞서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의 인사가 있었다.
심삼용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
심상용 서울대 미술관 관장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다양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삶의 조건들이 변경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인류세'로 인한 변화에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비관주의로 그칠 것이 아니라, 이상 기후를 비롯한 환경으로 인한 변화가 삶을 위협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해야 할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고 언급하였다. 또한 '현시대에는 우리의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사실을 직면하기 어려워지도록 만들어지고 조작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서 '환경'과 '자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열게 되는 데에 소감을 밝혔다.
김신혜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는 조나현 학예연구사
(왼쪽 위부터)
김신혜,<주망확일원도蛛網攫一猿圖>,2010, 장지에 채색, 91x73cm
김신혜,<주망확이원도蛛網攫二猿圖>,2010, 장지에 채색, 91x73cm
김신혜,<주망확삼원도蛛網攫三猿圖>,2010, 장지에 채색, 91x73cm
김신혜,<주망확사원도蛛網攫四猿圖>,2010, 장지에 채색, 91x73cm
바나나 우유의 '인공 향'이 바나나의 향을 대체하는 현시대의 모습을 담았다.
김신혜 작가는 상품 라벨 속 산수를 화선지에 펼쳐놓는 작업을 한다. 샘물처럼 맑은 생수, 깨끗한 술, 순수한 핸드크림과 같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공산품 라벨 속의 자연의 이미지를 한지 위에 그리는 작업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주제는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은 미디어 속에 만들어진 자연이라는 점이다. 김신혜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서 '애리조나 그린티'의 라벨 속의 매화꽃을 보고 실제로 매화꽃을 본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던 경험을 통해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 겪는 자연의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알원(GR1), <Byebye Babe>, 2021, 종이 위에 스프레이, 384.3x792cm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 작업을 하는 지알원(GR1)은 바이러스에 침몰당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Byebye Babe>은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생매장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구제역이 치료가 가능한 바이러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돼지가 살처분하는 방식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생매장당하는 모습은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빨간색 글씨로 적힌 정말 맛있다는 뜻을 가진 'JMT'라는 단어는 인간의 잔인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작가는 공장식 양돈농가의 형태가 바이러스 확산에 용이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폐쇄적으로 사육하는 현실과 경제적이라는 명분으로 바이러스가 걸렸을 때도 살처분으로 무수한 생명을 처리하는 양돈 산업의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동물권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지알원(GR1), <2020>, 종이 위에 페인트 마커, 240x494cm
오른쪽 아래에 지알원(GR1) 작가의 시그니처인 '지알원 왔다감'이 적혀있다. <2020>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지난해의 겪은 바이러스와 그에 대한 대처 속에서 앞으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묻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방독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독일군의 이미지를 빌려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현재 사회와 감염자에 대한 원망과 비난 그로 인한 혐오 문화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김유정 작가
김유정, <온기>, 20016, 프레스코, 회벽에 스크래치, 113.5x162cm
김유정, <풍경이 된 정물_보여지기위한 Ornamental>, 틸란드시아 식물, 그물, 수집한 화분들, 수집한 책장, 가변설치
김유정 작가는 지속적으로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사유해 왔다. 특히 김유정 작가는 식물원에서의 인간과 식물의 관계에 주목했는데 식물원은 인간의 욕구를 위해서 구성된 인공화된 곳으로 여러 이색 식물들이 최적의 온습도에서 인간의 보호를 받은 곳이다. 식물원들의 식물은 대지나 밀림이 아니라 화분이나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라며 인간이 보기에 적정한 높이, 적정한 크기로 자란다. 아이러니하게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자연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관람한다. 작가는 이러한 아이러니와 식물 그 자체에 자생력과 생명력에 주목하여 회벽에 스크래치 작업으로 작품을 진행한다. 회벽이 마르기 전에 스크래치 하는 방식을 통해서 식물을 그려 넣으면서 인간이 식물에 했던 폭력을 표현한다.
김유정, <풍경이 된 정물_보여지기위한 Ornamental>, 틸란드시아 식물, 그물, 수집한 화분들, 수집한 책장, 가변설치
<풍경이 된 정물_보여지기위한 Ornamental>은 관상용 식물인 틸린드시아(Tillandsia, 관엽식물)와 작가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이다. 작가의 책꽃이를 틸란드시아가 잠식한 모습은 문명이 종말했을 때 풍경으로만 남았았던 식물이 오히려 풍경이 되어 식물에 잠식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의 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인간에 의한 돌봄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 데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동시대 식물의 존재론적 위치와 식물과 인간의 돌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강주리 작가
강주리, <Chaos>, 2016-2021, 종이에 펜, 잉크젯 프린트, 가변설치
강주리 작가는 생태환경의 변화와 진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를 주제로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Chaos>는 각종 미디어 리서치 과정에서 수집한 유전자가 조작된 동식물, 돌연변이, 유기동물들의 이미지를 카피하고 오리는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강주리 작가는 설치 작업을 통해서 만든 뉴크리처(new creature)를 통해서 이러한 변종들 역시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생태계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송수영 작가
송수영, <셔틀콕-비둘기> ,2021, 디지털 프린트 24.7x37.3cm
송수영, <셔틀콕-비둘기>, 2017, 공원에서 주운 셔틀콕과 비둘기 깃털, 7x11x11cm
송수영,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살았던 히말라야 삼나무- 연필>, 2014,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살았던
히말라야 삼나무로 만든 연필 한 자루, 종이, 드로잉: 21x29.7cm(11장), 몽당연필: 2x2cm
송수영 작가는 주변 환경에서 보이는 일상적인 공산품에서 자연을 추적하는 작업을 한다. 송수영 작가의 작업에서는 이쑤시개에서 푸른 나무가 되고 책이 울창한 숲이 되기도 하며 셔틀콕이 새가 된다. 사물들의 과거를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서 자연과 인공이 중첩되는 이미지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드로잉 작업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살았던 히말라야 삼나무- 연필>과 <스위스 발레 산맥에 살았던 잣나무- 연필>은 각각 삼나무와 잣나무로 만들어진 연필이 닳을 때까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모습과 스위스 발레 산맥의 모습을 그렸다. 연필로 생산되기 전까지 삼나무와 잣나무가 자연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안종현 작가
안종현 작가는 불에 탄 흔적들을 사진 작업으로 남기면서 인간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몇 주 동안이나 진압되지 않은 산불을 보면서 인간의 기술력이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하다는 것을 깨닫고 불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불타고 난 후의 흔적인 '재'를 통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유를 유도한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을 인간 활동의 배경이자 자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한 작가의 의문의 종착점은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불'이라는 속성에 있었다고 안종현 작가는 밝혔다. 작가는 불에 (모든 것이) 소실된 현장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낯섦을 대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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