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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용 : Metro-politan Landfill》, 스페이스캔

객원연구원

박신용 : Metro-politan Landfill

2021.8.6-8.27

스페이스캔



전시장 입구


알바트로스의 사체들을 본 적이 있는가? 죽어 살이 해체되고, 뼈와 깃털만 남은 새들의 몸속에는 위장 대신 수많은 플라스틱 조각과 생활 쓰레기들이 가득한 모습이다. 생명체의 내부로 흘러들어와 그 생명의 죽음 이후에도 잔존하며 버티는 플라스틱 조각들의 강인한 물성을 보고 있으면 21세기의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죽음의 사신이 플라스틱과 같은 미시적 존재자들의 활동력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알바트로스의 위장은 미시적 쓰레기 매립지로서 우리 신체도 잠재적인 미시적 쓰레기 매립지다. 



미드웨이섬에서 발견된 알바트로스 유해들.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 안이 가득 차 있다. 

www.albatrossthefilm.com


박신용 작가는 공간에 관한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연구하며, 현장에서 기록하고 수집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진,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2019년 대부도 공사 현장들과 시화호 근처를 답사하면서 유령적인 장소들을 탐색하였다. 대부도는 개발주의 시대에 간척사업을 통해 선감도, 불도, 탄도 같은 섬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조립된 공간(assembled place)이다. 



(좌) Hanging Packages, 60x9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9

(우) Mesh and Wagons, 60x9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9



(좌) Green Tower, 165x11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0

(우) Withered Naturalized Plants in Sihwa Landfill, 110x165cm, Archival pigment print, 2019



전시장 전경


박신용 작가는 사물에 대해 존재가 아닌 '사건'으로서 그것을 바라본다. 우리에게 원래부터 그렇게 존재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대부도라는 섬은 사실 역사적으로 생산되고 사회적으로 제작된 장소임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그것은 한 시대의 꿈과 욕망을 재료로 건설된 공간이자 동시에 그 꿈이 파상되고 남은 환멸의 자취들 속에서 변형되고 있는 ‘사건으로서의 장소’다.


작가는 비가시적인 무언가의 현존을 표현함에 있어 그 힘들의 정체를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사진으로 하여금 그 힘들을 포획하여 보여준다. 텅 빈 공간성이 발산하는 감각적인 순간들처럼 인간이 떠난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풍경의 물성이 바로 그것이다.



Recycling Center, 4k video, 10 minutes, color, sound, 2021



Wasted Land, 4k video, 18:30 minutes, color, sound, 2021


2020년에 작가는 인천, 김포, 부산 등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라는 새로운 공간을 또다시 탐구했다. Wasted Land 아카이브에는 도시에서 폐기된 쓰레기들이 한데 모여 처리되는 매립지와 주변 풍경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함께 담겨있다. ‘쓰레기’라는 하나의 특별한 대상에 초점을 둔 채 모든 이미지의 사고가 통합되어 성립된다. 마치 죽은 생명체를 매장하듯 우리는 땅에 쓰레기를 묻고 땅은 생명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땅은 다시 생명을 내어준다고 작가는 언급하며 우리는 소멸시키고 다시 되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묻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사실은 쓰레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쉽게 썩지 않는 쓰레기는 모양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고 존재를 지속한다. 



전시장 전경



(좌) Night View of Garbage MountainⅡ, 110x165cm, Archival pigment print, 2020

(우) Night View of Garbage Mountain, 110x165cm, Archival pigment print, 2020



박신용 작가의 우직하고 집요한 시선은 베를린의 공사현장에서 대부도로, 그리고 쓰레기 매립지로 이동한다. 지금은 무덤 같은 쓰레기 매립지 위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며, 이 무덤이 언젠가 도시에 닿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존재가 곧 사건이라고 재차 표명하며 매립지와 도시 사이의 장벽이 허구임을 밝히려고 한다. 존재에서 사건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임을 박신용 작가는 말하고 있다.  



전시장 전경


안채원 chaewon6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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