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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 소리의 틀》 간담회, 송은

객원연구원

 김영은 : 소리의 틀 
2022.7.8 - 8.13  송은


송은은 2022년 7월 7일(목) 오후 3시, 송은문화재단에서 2022년 7월 8일(금)부터 8월 13일(토)까지 전시될 김영은 개인전 《소리의 틀》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였다. 김영은 작가는 제17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이며 이번 전시는 대상 수상 기념 개인전으로 작가가 2014년 이후 8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작년 9월 신사옥 ‘송은’ 개관 이래, 최초로 진행되는 한국 작가 개인전이다.


전시장 입구




송은 내부 전경



전시장 입장 전 관람 가능한 김영은 작가 인터뷰 영상


 

작품을 소개하는 김영은 작가

  지난 《제17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김영은은 소리라는 매체가 인지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되어왔는지에 대한 관심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운드 스터디의 방식을 취해 보다 확장된 관점을 선보인다. 김영은 작가는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기초적인 감각으로써의 청각적인 경험과 주변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작가는 소리를 물리적, 심리적, 역사적인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한 어떤 영역으로 바라보며 개인이 소리를 인식하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음악을 형성하는 기존 시스템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음악적 ‘틀’ 안에서 발생하는 의미상의 충돌과 새로운 음향적 리얼리즘 생산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 《소리의 틀》은 국제표준음고 A, 청음훈련, 오선보와 같은 서양 음악의 요소들과 민족지학적 오디오 레코딩의 인류학적 시도들이 한국음악과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다. 작가는 음악적 선호에 대한 의문,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청감각을 형성해 왔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한국인의 전통 음악적 귀가 서양 음악적 귀로 전환되는 근대화 과정을 조명한다. 이를 통해 유기적으로 조직된 동시대 청각문화의 격자 위에서 우리의 귀는 어디에 놓여있는지 질문하며 음악을 구성하는 ‘틀’의 구축 과정을 살펴보는 다양한 형식들을 선보인다.


밝은 소리 A (still image), 싱글 채널 비디오, 멀티 채널 사운드, 16분 56초,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밝은 소리A 전시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밝은 소리 A>(2022)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적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A(라) 음이 440Hz로 자리 잡게 된 역사를 소개하며, 더 ‘밝은 소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청각적 선호에 의해 계속 상향되는 A를 조명한다. 여기에는, 밝은 소리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악기 제작자들 간의 경쟁, 소리를 멀리 전달하여 군대의 사기를 높이려는 유럽과 미국의 군악대의 관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업 안에서는 또한 표준음 A가 한국에 도입된 순간이 재구성된다. 한 미국인 선교사가 한국의 대구 지역에 처음 들여온 피아노에 대해 기록한 20세기 초의 역사적 기록물을 토대로 그 운반의 과정이 재연
  된다. 피아노의 도입은 당시 한국인의 청감각 속에 자리 잡은 음에 대한 이론과 성향이 바뀌는 중대한 변화의 시발점으로, 전통 음악적 귀가 서양 음악적 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청감각적 충돌을 야기했다. 작가는 이 재연을 통해 A 음을 ‘싣고' 온 서구식 피아노의 한국 유입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짚어본다.


청음훈련 (still image),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와 바이노럴 사운드, 15분,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청음훈련 전시 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청음훈련은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을 듣고 그 음높이를 맞추는 훈련으로, 서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음고’의 정확한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서양 음악 교육의 일환인 이 훈련은 전쟁중의 일본에서 청음 능력을 키우는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변질되었다.
  <청음훈련>(2022)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교실과 군대에서 실행된 청음훈련을 재구성한다. 작가는 실제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과 대원들이 직접 쓴 악보, 인터뷰 자료, 녹음 기록물, 그리고 이 당시를 연구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청음훈련을 재연한다. 영상 속에는 육군 방공학교와 닛치쿠 공업 주식회사가 함께 제작한 적군 비행기 소리 모음집에서 발췌/재연된 소리, 해군에서 제작한 함선 수중음의 도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리 등이 청음훈련에 임하는 일인칭 화자의 경험으로 구현된다. 작가는 <청음훈련>(2022)을 통해 역사 속에 묻힌 낯선 청각적 사건을 현재로 소환한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 (still image),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7분 58초,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 전시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2022)은 과거의 소리를 추적하는 디지털 퍼포먼스 영상이다. 이 작업은 19세기 말 미국의 인류학자들이 사라져가는 원주민의 음악과 언어를 축음기로 녹음해 제작한 민족지학적 레코딩에 대한 단상에서 출발한다. 영상에서 들리는 노래는 1896년 미국의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쳐(Alice Fletcher)가 워싱턴에서 유학 중이던 세 명의 조선인에게 직접 공연을 요청하여 왁스 실린더에 녹음한 <사랑노래 – 아라랑 1>이다. 이 녹음물은 한국 전통음악이 기록 매체에 녹음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왁스 실린더는 그 물성이 연약하고 환경에 민감하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왁스 표면에 기록된 소리는 서서히 사라지며 노이즈화되기 마련이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노이즈 리덕션 플러그인(noise reduction plugin)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 노래의 잡음을 줄이며 한 걸음씩 과거로 다가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래가 더 선명하게 들리도록 유도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소음으로 인식한 이 노래는 오히려 음향적으로 더욱 파편화된다.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I, 축음기, 왁스실린더, 1분 40초,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I>(2022)는 1900년대에 생산된 축음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작가의 목소리로 왁스 실린더 위에 다시 녹음된 <아라랑 1>을 들려준다. 이러한 시도는, 소음으로 귀결되는 근대 민족지학적 레코딩의 존재 방식을 현재 시점에서 한 번 더 되풀이하여 그 유효기간을 연장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민족지학적 레코딩에 드리워진 죽음의 이미지를 상쇄시키고자 한다.



오선보 이야기 (still image),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47분 5초,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오선보 이야기 전시전경

  <오선보 이야기>(2022)는 이질적인 문화의 유입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통의 소실과 변형이 빈번했던 한국의 근대화 시기에 만들어진 한 악보를 살펴본다.
  『조선구악영산회상』 은 조선정악전습소의 교사였던 김인식이 1914년 <영산회상>의 양금 악보를 오선보로 역보한 악보이다. 한글로 구음(악기의 소리를 본떠 계명 대신 쓴 부호)을 적어 둔 이 악보는 한국의 고 악보가 한국인에 의해 서양 기보법으로 역보된 최초의 악보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음악가들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외부에 소개하거나 외부의 정서를 한국 음악에 이식하기 위해 오선보를 편찬했다. 하지만 이러한 번역 과정에서 오선보 상에 옮겨지지 못한 전통 음악적 음향과 주법이 존재하기도 했다.
전통음악 연주자, 작곡가, 연구자와의 인터뷰가 주축이 된 이 작업은, 이들의 다양한 추론과 과거의 기록, 일상적인 영상 푸티지를 재구성하여 악보에서 탈각되거나 변형된 소리와 정서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오선보를 비롯해 제도적으로 안착된 동시대의 음악적 틀에 대해 질문하고 오늘날의 전통음악을 반성적으로 돌아본다.


눈물 젖은 트위스트, 멀티 채널 사운드 설치, 5분 루프, 2022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눈물 젖은 트위스트 전시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눈물 젖은 트위스트>(2022)는 일제강점기부터 90년대까지 법적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20여 곡의 대중 음악을 다시 불러온다.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해당 시기의 대중적 정서가 녹아있는 저장소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군사 정권 시대를 통과하며 정부의 정치적 방향이나 민족적 사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곡이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홍보 및 연주 활동이 제지되었다. 이 작업은 노래에 담긴 음악적이고 음향적인 성격과는 별개로 노랫말이나 시대의 사회적 통념, 작곡가의 정치적 사상으로 인해 금지되어 잊혀진 노래들을 재조명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각 노래의 개성적인 음악적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을 발췌하고 연주하여 본래의 타임코드 상에 다시 배치한다. 이후, 하나의 노래로 합쳐진 이 분절된 소리들은 전시 공간 안에 배치된 여러 대의 스피커를 통해 서로 다른 위치에서 그 음향적 존재를 드러낸다. 소리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양상에 중점을 둔 다른 전시작들과는 달리, 이 작업은 소리 바깥의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된 노래들의 음악적 가치를 복귀시키고자 한다.

질의응답을 통해 김영은 작가는 추가적인 견해를 밝혔다.

Q: 8년 만의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염두한 것은 무엇인가?
A: 소리에 얽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로, 이후 작업의 방향이 변한 것을 염두하고 과거의 소리를 재현하며 그 과정에 음향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을 염두하였다.

Q: 소리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A: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며 몇 년간 관찰적 이주민으로 지내게 되었다. 자연스레 한국인 이주민을 포함한 이주민 커뮤니티를 접하며 한국적 소리란 것은 존재하나, 소리의 문화와 역사적 성격 등의 개념을 확장하고자 하는 관심이 생겼다.

Q: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받았으면 하는 영향 등의 바라는 점이 있나?
A: 전시장이란 소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청각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 소리의 역사 문화적 관점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지관이 아닌 미약한 소리 뒤에 장대한 역사가 있다는 걸 알고 가길 바란다.

Q: 미래 방향은 어떻게 할 예정인가?
A: 앞으로는 영상 작업에 집중할 예정으로 서사에 집중하며 시각 없이 소리만 다루기엔 무리라 여겨져 영상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Q: 관객이 작품을 여러 관점으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으나, 작품이 지나치게 서술적이라 생각이 들지 않나?
A: 지금 상태가 최대한 서사를 줄인 것으로 본래 영상은 더욱 방대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관람객이 조금이라도 더 주제와 의도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편집하여 양을 줄여 현재 작품에 이르렀다.

Q: 오선보 이야기의 서사는 47분으로 긴데, 필름 시사회나 페스티벌 등 필름계를 염두했나?
A: 처음엔 염두하지 않았으나 작품을 완성한 지금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 시기에 작품을 제작하는 데 영향을 받은 점이 있나? 사운드라 다른 점이 있었나?
A: 힘들었다. 촬영 장소 대여를 안 해주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며, 촬영 과정에 스텝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이 필수적이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모이는 것마저 힘들었다. 촬영 대상자 역시 사람이 많은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힘든 과정에서 촬영된 만큼 작품의 서사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소리의 틀》 전시 작품의 총 러닝 타임은 약 1시간 30분으로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2시간 내외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희영 hppyhee@naver.com
                                                                                                                영상 :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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