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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최하늘 : 나를 닮은 사람》, 일민미술관

객원연구원

권오상·최하늘 : 나를 닮은 사람
2022.8.23-10.2
일민미술관

일민미술관은 8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여름 특별전을 개최한다. 권오상과 최하늘의 2인전 《나를 닮은 사람》이 그 중 하나다.



전시 입구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윤지현 학예사

《나를 닮은 사람》은 조각의 근원을 의심하고 해체하기를 갈망한 동시대 미술의 토대 위에서, 역설적으로 조각의 정체성을 재고하는 권오상과 최하늘의 2인전이다. 두 작가는 조각의 대상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에 기반해 가벼운, 때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지체를 만든 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표피를 출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발상을 공유한다. 그러나 권오상이 주제, 재현, 재료와 같은 문제에서 전통 조각이 강조한 일련의 요소를 명백히 거부하고 일상적 사건과 사물, 산업 재료를 자신만의 조형 어법으로 재해석하는 데 반해, 최하늘은 권오상이 거리를 둔 전통의 참조와 차용으로부터 현실에 유효한 조각 체계를 습득한다.


전시 전경

《나를 닮은 사람》에서 두 작가는 서로의 방법론을 적용해 비평적인 참조 점을 만들고 이를 교환한다. 권오상은 최하늘의 조각을 지지체로 삼으며 내부와 표면의 분리를 시도하는 추상 조각을, 최하늘은 권오상의 조형성이 변화해 온 행적을 다시 전통의 차원에서 점검하는 번안을 실험한다. 태초의 조각이 지닌 재현과 모방의 충동을 은유하는 전시 제목은 각자 다른 배경에서 매체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두 작가의 ‘닮은’ 관계를 함축한다.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의 발달과 함께 누구나 간단하게 입면과 입체를 다룰 수 있게 된 오늘의 환경은 조각 매체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의 존재론이 다시 주목받는 미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조각에 관한 권오상과 최하늘의 탐구는 이러한 현실에 앞선 예술적 전환이자 동시대 미술가로서의 입장이다.


전시전경

이 전시실에 존재하는 모든 작품은 두 조각가가 서로 작품을 주고받고 계속 보완하면서 조금씩 자기의 방식대로 성형, 수선하며 만들어낸 작업물이다.


권오상, 세 망령들-주름들 The Three Shades-Wrinkles,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90×23×23cm

대리석과 고양이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언뜻 권오상 작가의 작업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최하늘 작가의 작품에서 익히 보였던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업은 두 작가가 협업을 진행한 과정 중 하나로, 최하늘 작가가 특유의 미니멀 작업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표면의 지지체 만들어 권오상 작가에게 제공하고 권오상 작가는 자신의 문법대로 사진 조각을 한 작업 프로그램이다. 최하늘 작가는 납작하고 표면이 매끈한 조각을 권오상 작가가 어떻게 사진 조각으로 변형시킬 수 있을지 하는 실험 의문과 어떤 상상력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지지체를 넘겼고, 권오상 작가는 재치 있게 주름이 많은 스핑크스 고양이 사진을 붙여서 전혀 다른 형태와 감각 새로운 형태를 부여했다.


권오상, 세 조각으로 구성된 와상 Three Piece Reclining Figure,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40×240×110cm

권오상 작가가 최하늘 작가를 모델로 사진을 찍어 꾸며낸 사진 조각이다. 조각이 가지고 있는 크기와 덩어리뿐 아니라 조각이 추구해온 재현의 모델을 다시금 뒤집어 새롭게 제시해 보였다. 모델 본연과는 전혀 다른 사진에 담아낸 특성들을 형태에 욱여넣어 그 격차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에서 사진 조각의 가능성을 발견해냈다. 최하늘 작가는 몸에 많은 문신이 그려져 있는데 권오상 작가는 그 문신의 일부를 강조하여 표현함으로써 원래 가진 조각의 덩어리를 잘 표현 하는 한편 겉에 입혀져 있는 표피 그림을 다시금 한번 강조했다.



권오상, 마케트 Maquette, 2010-2022



최하늘, 포개진 Overlap, 2022, QR code, folding screen, 150×50cm, each.



(좌) 권오상, 140장으로 구성된 증명의 강요, A Demand of Composed of 140 Pieces, 1998, C-print, mixed media, 70×50×30cm, (우) 최하늘, 나란히 Rank, 2022, 3D print, 86×35×37cm each.

권오상 작가가 1998년도 만든 거의 최초의 사진 조각. 사진을 붙여서 조각을 만드는 사진 조각의 방법론을 고수하기 위해서 이 조각이 형태적으로 부상했다. 인체를 실체를 닮게 하기 위해 거듭해서 재현하고자 하는 표현이 드러나고 있는데, 권오상 작가에게 이런 작업이 한동안 계속 나타났었다. 이제는 본격적인 추상 조각에 가까운 형태로 이행하고 있고 그게 심지어 조각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지체를 통해 작동한다는 점이 최근 몇 년간 권오상 작가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은 최하늘 작가와 같은 젊은 작가들의 등장이다.


최하늘, 나란히 Rank, 2022, 3D print, 86×35×37cm each.

최근, 특히 올해 들어 조각 전시가 잦다. 조각이 근 몇 년간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미술의 매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조각 전시가 많고, 왜 우리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이런 것들을 고민하게 되는가, 일민미술관의 학예 팀은 이런 점 역시 고민하고 전시를 기획했다. 2000년대에 그래픽적인 툴과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할 때,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회화작가들의 새로운 평행연산 방식이 굉장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이 금 시대 미술의 중요한 한 부분을 형성하였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면 입체와 곡면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이나 기술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보급되고 있고 증폭되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할 때 조각이란 것이 왜 다시 예술 작품의 존재론적 측면에서 귀환하였고 왜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하는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계를 보는 방식에서 근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변화가 어떤 덩어리에 대한 감각적인 변화이며, 바로 그런 측면에서 동시대 조각이 미술계에서 다시 중점적인 위치로 부름을 받게 되었다. 그 대표가 권오상과 최하늘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장소: 일민미술관 1전시실 및 로비
관람 시간: 11:00─19:00(화일)/월요일 및 추석 당일 휴관
후원: 현대성우홀딩스, 동성케미컬
관람료: 일반 7,000원, 학생 5,000원
기획 협력: 신은진
학예 연구: 윤지현 

김희영 hppy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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