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술이야기(109)아니쉬 카푸어
9.26-12.11 로얄 아카데미아니쉬 카푸어의 로얄 아카데미 전시는 상상을 너머서는 거대 스케일의 작품들로 상당한 스펙터클을 연출하고 있으나, 그 작품 배후의 동기와 당위성을 미처 추측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일종의 당혹감을 안겨주는 듯 보여진다. 여기서 카푸어의 주요 작품들과 이전에 소개된 바 없는 신작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기념비적인 작품 Svayambh (산스크리트어: 자동발생적)이다. 벽 너머로 사라지는 듯한 거대한 왁스덩어리-문은 착시 현상이 아니라 열차처럼 레일 위를 움직이는 실체이다. 그것이 착시 현상인 줄 알고 가까이 다가서면 벽이 움푹 패어있거나 완만하게 돌출해 있었던 90년대 조각 작품들 ‘노랑/Yellow’(1999), ‘내가 임신했을때/When I am Pregnant’(1992)에 비해 Svayambh는 놀랍도록 장대하지만 그 신비스로움은 덜한지도 모르겠다
‘코너를 향한 발사/Shooting into the Corner’ (2009) 는 20분마다 폭음을 내며 붉은 왁스 탄환을 투사하는 발사체가 갤러리 한쪽 코너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왁스 덩어리와 그것의 파편들과 함께 하나의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작업을 이루어내는 복잡한 드라마이다.
여기서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작업은 잿빛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여러개의 범상치 않은 더미들로 그것들이 쌓이고 엮이면서 만들어낸 진부하지 않은 형상들은 진화하는 듯,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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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발데사리 : 순결한 아름다움
10.13–1.10 테이트 모던개념적인 미술이 이토록 유머러스 할 수 있다는 점은 보는 이들이 작품에로 더 쉽게 다가가게 해 주는 매력이 있는 듯 보여졌다. 유머와 아이러니를 내포하는 발데사리의 작품들은 역사적으로 인정된, 미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하여 질문하고 실행하는 연속선 상에 있다. 언어와 그것이 가지는 의미들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는 언어와 시각이미지의 연관관계를 탐구하기 위해 영화, 사진, 회화를 혼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만의 독창적인 시각언어를 개발해 왔다.
이번 전시는 존 발데사리의 회고전으로, 작가의 넓은 스펙트럼을 시대별로 묶어 한 곳에 펼쳐놓았다. 영화에서 수집한 이미지들과 사진-텍스트들을 합성하여 제작한 80년대 작품들, 비일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들과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90년대의 작품들, 그 외에 비디오 등을 포함하는 최신작이 그것이다.
전시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60년대에 논란의 대상이었던 작품, ‘Tips for Artists Who Want to Sell’ 1966-68 이었는데 1970년대에 와서 이러한 작업들이 그의 유머와 결속하여 ‘I Will Not Make Anymore Boring Art’ 1971 등을 제작하게 하였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형상적 구조에의 실험은 발데사리 예술 셰게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각 캔바스나 사진의 일반적 포맷을 거부하는 컴바인 회화는 반 전통적인 새로운 언어들을 만들어 왔다.
초반기의 과감한 실험정신이 최근작업들에서는 형태에의 관심으로 전념이 되는 것 같아 보이나,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한 작품들은 보는이들이 쉽게만 다가갈 수 없는 감성적 영역을 만들어낸다.
스페인 회화와 조각 1600-1700
10.21-1.24 내셔널 갤러리스페인 번영기의 종교미술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데 주르바란 등 거장의 회화를 스페인의 폴리크롬 조각과 함께 병행해서 볼 수 있는 보기드문 기회를 제공해준다. 두 거장들의 회화가 비교적 잦게 보여지는 반면 풀리크롬 조각은 스페인을 제외한 해외 전시에서 공개되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16점의 폴리크롬 조각과 16점의 회화를 나란히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전시를 통해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던 화가들이 당대 조각과 친밀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관찰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당대 종교의 신성함이 인간적인 삶과의 결속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사고하던 일면을 엿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세비야의 유명한 조각가 Martinez Montanes의 섬세한 폴리크롬 조각과 페드로 데 메나의 유리로 제작한 눈물, 아이보리 이빨 등은 성스럽기 이전에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진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