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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조형예술과 박물관 ② 근대 조형예술의 체계와 박물관

최범

근대 조형예술의 체계와 미술
근대 조형예술의 체계라는 말은 좀 낯설 것이다. 미술계에서는 장르라는 용어가 익숙하다. 회화, 조각, 서양화, 동양화.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일상적으로는 장르라는 말이 친근하지만 미술을 역사적으로 사유할 때는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미술도 조형예술의 하나로서 그 체계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먼저 우리가 논의하는 박물관으로서의 미술관(미술박물관)은 당연히 미술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미술은 미술 아닌 것과의 관계에 의해 성립된다. 그런데 이 미술과 비(非)미술의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미술의 역사는 미술과 비미술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해왔음을 보여준다. 비미술이 미술이 되고 미술이 비미술이 되는 역동적인 과정이 미술의 역사인 것이다.

앤 스타니제브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현실문화연구, 1997)를 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미술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은 마르셀 뒤샹의 <L.H.O.O.Q.>은 미술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지금 내게는 이것을 논할 지면이 없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보시라. 내가 말하려는 것은 미술이 역사적 산물이며 미술관도 그렇다는 말이다. 당연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은 근대의 발명품이다. 르네상스의 인문학의 일환으로 생겨난 미술은 당시에는 회화, 조각, 건축 세 장르를 가리켰지만 이후에는 장식미술, 디자인,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등 매우 다양한 장르적 분화를 보여준다. 물론 이를 오늘날 미술관이 전부 커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미술의 분화는 단순히 다양화가 아니라 조형예술의 체계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미술관에게도 유용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Park Jung Hoon


영국 국립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 2014 Diego Delso, wikipedia


국립미술관의 재구성
나는 한국의 국립미술관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은 영어로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Modern과 Contemporary는 같은 층위의 개념이 아니어서, 이를 나란히 놓는 것은 박물관과 미술관(‘박물관·미술관 진흥법’)의 경우만큼이나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계속 문제가 되는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의 구분 역시 그렇다.

근대미술(Modern Art)과 근대기의 미술(Art in the Modern Age)은 다르며 한국 근대미술(Korean Modern Art)과 한국 근대기의 미술(Art in the Korean Modern Age)도 다르다. 한국 근대미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른바‘한국 근대미술 기점 논쟁’에서 다루는 것인데, 나는 이것이 30년 전인 『가나아트』 1994년 11/12월호 특집 ‘한국 근대미술을 다시 본다’ 이후 그 수준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없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나는 한국 근대미술 기점 논쟁과 국립미술관 구분의 문제는 다르다고 본다. 국립근대미술관이냐 국립현대미술관이냐 하는 논쟁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근대 조형예술의 체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근대미술이든 현대미술이든 모두 근대 조형예술의 일부로서 그냥 ‘미술’이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로 세분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그래서 국립근대미술관이냐 국립현대미술관이냐가 아니라 그냥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 of Art)이라고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나는 미술, 디자인, 공예라는 근대 조형예술의 체계에 의한 3분법에 따라 관련 국립박물관을 ① 국립미술(박물)관 ② 국립디자인박물관 ③ 국립공예박물관으로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최범(1957-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 월간 디자인 편집장. 200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2017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디자인과 인문학적 상상력』(안그라픽스, 2023) 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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