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전광영: 타임 블러섬
2025.5.15 - 7.5
페로탕 서울
전광영 개인전 《타임 블러섬》이 5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페로탕 서울에서 개최된다. 전광영은 한지를 이용한 조형적 탐구를 통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는 종이 위에 먹을 사용한 평면 작업을 넘어, 한지로 감싼 삼각형 조각들을 조밀하게 배열한 〈집합〉시리즈를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2층 전시장이 비교적 평면적인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적인 〈집합〉 시리즈와 새로운 신작 〈품〉연작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다층적인 텍스처와 색감, 그리고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구조를 통해 전광영이 탐구해 온 철학적·미학적 사유를 조명한다. 수십 개, 때로는 수백 개의 삼각형 조각들이 집합해 이루는 전광영의 작품은 개인과 집단, 전통과 현대, 혼돈과 질서 사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우리 주변의 여러 색채에서 영감받아 다양한 자연 재료로 천연 염색되어, 다채로우면서도 수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동시대적 맥락 안에서 자연적 재료를 재해석하는 전광영의 작업은 기억과 역사,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간 구축해온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망하며, 그의 시각 언어와 예술관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작 〈품〉은 ‘감싸안는다’는 의미를 품고, 이전과는 또 다른 감각의 흐름을 제안한다. 전광영은 입체적 밀도를 잠시 내려놓고, 정제된 평면 위에 유기적 리듬과 부드러운 구조를 선보인다. 수많은 삼각형 조각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용히 포개진 이 작품은, 마치 시간 그 자체가 고요히 응결된 하나의 장소처럼 다가온다. <품>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관람자가 잠시 멈추고 받아들여지는 정서적 공간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의 서사뿐 아니라, 감정의 공간 또한 조형적으로 구축해 낸다.
《타임 블러섬》은 전광영이 오랜 시간 쌓아온 조형적 여정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고서, 색, 시간, 감정—그 모든 층위들이 조용히 스며든 이 화면들 속에서, 우리는 피어나고 있는 시간의 결을 천천히 마주하게 된다.
1944년 홍천 출생의 전광영은 1968년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 학사를, 1971년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초창기에는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에 깊이 영향 받았다. 그러나 점차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작품에 담아내려는 시도 끝에, 1995년부터 대표 연작인 <집합>을 선보인다. 작가는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한지에 싸인 약봉지에서 영감 받아, 삼각형 조각을 한지로 정성스럽게 감싼 조각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작품에 사용된 한지는 책이나 문서에서 가져온 것으로, 오래된 고문서가 사용되기도 하고, 천연 재료로 염색되어 자연과 세월의 흔적을 머금는다. 전광영의 작품은 이처럼 소박한 재료를 거대한 벽면 설치 작업이나, 입체 조형물로 변모시키며, 자연의 형상과 역사의 흔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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