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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미술을 읽지 못하는 시대

강태성

Stone Roberts, Janet, Oil on canvas, 60×54 inches, 1982/1984,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요즘 미술 작품은 한 마디로 기술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고 다양하다. 요 몇 달 사이만 해도 미술계에는 다양한 형상들이 교차된 혼성적인 이미지들이나 설치 작품들도 전시되었고, 파편화된 조형 요소들이 열거되는 현장들이 있었다. 또 죽은 사람의 머리뼈, 젠더를 주제로 한 작품들도 있었다. 아울러 현실을 비판하는 작품들과 특정 형태를 주제로 확장하는 작품들, 도자기와 도자기를 벗어나려는 조형,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획득된 영상과 사진들, 표현적인 회화나 사진 같은 작품들, 추상적인 작품 등 수많은 미술 작품들이 미술 현장에서 제시되고 있다.  


우리 미술계에서 제시되는 작품들은 대체로 직관적인 인식으로 이해 가능한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고, 그 점에서 조형적으로 업적을 이룬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미술이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잠시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억제되었던 조형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미술에서 읽기와 해석 과정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이러한 미술은 하나의 형상이라도, 복합적인 의미층을 제시하여, 이야기의 예술적 가치를 관람자에게 제공한다. 다시 말하면, 예술학자들은 보통 작품의 의미를 현상-사실(Phenomenon)적 의미, 감수성에 기초한 심미적 의미(Aisthesis), 의미(Semeiosis)의 의미로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 미술계에서는 특히 셋째 영역의 작품들이 많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혹 있다 하더라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전문적인 작가나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런 작품들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  


이 현상은 현대미술의 전개와도 무관하지 않다. 자연주의 이전에 미술에는 이야기와 역사가 있었다. 미술의 생명력 있는 표현을 따르려는 시의 노력은 - 즉 ut pictura poesis(시는 회화처럼 쓰기) - 후일 ut poesis pictura(회화는 시처럼 그리기)로 재해석되어, 미술이 시를 따르며 시적 의미를 비롯한 다양한 의미들을 형상화하였다. 재현의 의미도 존재의 재현에서 심상(Image of mind)의 제시로 전개되었고 정신이나 상상력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분명 근대에 자연주의와 사실주의는 보이는 것 이상의 상상과 은유, 상징, 알레고리를 제거해 나갔고, 추상미술에 이르러, 그 나마의 지시적인 형상성 역시 제거하여 물질 자체의 지시로 집중하게 되었다. 이 시각을 미술계와 교육계에서도 그대로 받아, 과거 있었던 이야기되었던 형상의 의미 체계는 제거시켜 버렸다. 이러한 미술들은 다시 모더니즘 이후 시대에 이르러,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정황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데에 이르고 있다(Anne Cauquelin). 이미지에서, 명시적 의미(Denotation)와 포괄적 의미(Connotation), 상징, 알레고리, 수사 등을 읽었는데, 이러한 부분은 사라져, 미술의 상상과 해석의 즐거움은 사라지게 되었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에서 보면 위기에 처한 여인 앞의 은쟁반의 레몬이 등장하여, 위험한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레몬의 다른 재현으로 쾌락과 생명을 읽는 즐거움을 작품은 제시한다. 스톤 로버츠(Stone ROBERTS)의 <Janet>경우에서도, 깨어진 유리잔은 깨진 유리잔 자체를 지시하는 것에서부터, 깨어진 관계로, 실연과 파국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 창밖에서 빛이 들어오고, 화분의 꽃과 여러 조형적인 상황은 그녀에게 다시 오는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이같이 수많은 조형적인 요소들은 이미지를 넘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고, 이러한 미술은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더 나아가, 관람객에게 생각할 여지와 창작의 폭넓은 의미들을 열어준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시각 속에 미술들이 서로 병존하며, 더 풍부한 미술 작품들로 제시되길 기다린다.



- 강태성 (1954- ) 파리1대학 예술학 박사. 『박물관학의 의미』(2016, 국민대출판부), 『부정의 예술』(2016, 국민대출판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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