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경험과 일상들에 대한 은밀한 상상으로부터 출발한 나의 작업은 상처받은 일종의 소외된 사건과 그로 인한 고통과 슬픔 같은 끈질기게 남겨진 부정적인 감성을 이야기한다. 체계적인 구조를 넘어선 부조리하고 모순된 어떤 비밀스러운 사건과 일상의 미미하고 하찮은 오브제들을 껴안고 가만가만 소리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그 속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감각의 층위를 발견하게 된다. 우울한 탐험가와 같은 나는 작업을 통해 위로받아야 마땅할, 거부된 감각의 귀환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생각
고약한 의미, 훼손된 감정, 파편화된 신체 등 주로 네거티브한 정서를 담은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일반적으로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밝은 정서를 차용한 작품을 집에다 걸어놓고 즐거움을 공급받기도 하지만, 슬픈 작품이 의외로 감상이 길어지고 쉬 물리지 않는다. 마치 위대한 희곡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라는 이치라고 할까. 매일 매일 스스로 유쾌해져야 행복해진다는 현대인의 통념은 사실 희로애락의 감성 균형에도 크게 벗어난다. 어찌 보면 주변에서 공유할 수 있는 즐거움은 널려 있다. TV 속 코미디 콘텐츠부터 자식의 해맑은 미소까지. 절대빈곤이 야기한 슬픔이 아니라면, 울음은 그때마다 스스럼없이 터트리면 건강하다. 하지만 울음이 웃음만큼 자연스레 공유하기 힘든 것은 사회적 훈련이 덜 되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작가의 그럴듯한 제목처럼 ‘모든 입 다문 것들과의 대화’를 하나씩 시작해 보자. 그러면 언젠가 감성의 건강한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진주 작가는 2008년 2월 갤러리 정미소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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