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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박소영 / 화양연화에 겪는 트라우마, 슬픈 반전

강철

“나의 작업은‘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순간의 기억과 상상을 통한 그림일기이다. 나는 소녀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두리번두리번 주위의 이야기를 살살 건드려 보기도 하고 가끔은 꾸-욱 찔러 보기도 한다. 예쁘게 살고 싶지만, 하나같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이 잔인한 세상을 살아가는 소녀들. 예쁘게 보이고 예쁘게 살고 싶어서, 예쁜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예뻤을 때에 주인공 들은 하나같이 소외되고 우울하며 예쁘지 않다. 예뻐 보이지만 예쁘지만은 않은……. 그렇지만 예쁘게 예쁘게…….”
- 작가의 생각





예술에 있어서 반전 기법만큼 놀라운 효과도 없다. 예를 들면 오래된 궁전에 첨단 건축요소를 삽입하거나, 고전적인 동양화가 현란한 조각 이나 비디오 기법으로 등장하는 것은 언제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회화나 사진에서도 이러한 법칙은 적용되어 상반되는 요소들을 솜씨좋게 섞는 작품이 언제나 매력 있다. 관객이라면 예술품을 통해 이러한 반전 효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긴장되는 감상의 순간이지만, 정작 반전이 거듭되는 인생 그 자체가 되라하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을까. 그래서 힘든 과정을 극복한 예술가일수록 작품에 엄청난 내공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훈련이자 특권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소녀’라는 절대 아름다움의 순간에서 부딪히는 엄청난 좌절과 공포를 목격하며 이를 매우 처절하게 그려 내고 있다. 하지만 슬픔만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땅히 누려야 했을 예쁨 또한 충분하게 덧칠하고 있는데, 이 작품 시리즈의 반전효과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그동안 ‘얼굴있는 풍경’을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인물과 풍경을 새롭게 창조하는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달진닷컴 홈페이지를 통해서 꾸준히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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