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5)김선두 / 누구나 까마득한 허공에서 외줄을 탄다

강철

“식구들과 친척들 대부분이 떠나버린 고향을 지키며 사시는 당숙이 한 분 계신다. 힘도 상당한 양반인데 반찬의 양념처럼 말씀의 반은 욕이다. 전라도 사람들 말 습관이 다 그렇듯 이 양반의 욕은 욕으로 들리질 않고 뭐랄까 소리판의 북 장단 같은 감칠 맛이 있다. 당숙은 술 실력도 만만치 않아 조금 거나해지면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시는데, 젓가락 두 짝으로 상머리를 두드리며 맞추는 장단이 무뚝뚝한 사람조차 흥의 세포들을 흔들어 깨우는 일미가 있다. 당숙은 젊었을 적 서울 광주 부산 등지로 바람처럼 떠돈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도시에 잘 적응하여 살 체질은 아니었던 듯 다시 귀향하여 농사를 짓고 사시는 것이다. 당숙의 막걸리 맛 같은 노래를 생각하면 어떤 위대한 노래보다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당숙이 젊었을 적 철새처럼 떠돌았던 삶 속의 회한, 그리고 거기에 더! 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 같은 것이 묻어나기 때문이리라. 사람에게 있어서 아픔은 세월이 지나면 약이 되고 힘이 되고 심지어 아름다움이 된다. 나에게도 그런 아름다운 때가 있었다.”
- 작가의 생각 -





작가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시절’이란 고통이 수반된 평범한 삶인 듯 합니다. 험한 벌판을 외롭게 걸어가는 지친 동물의 삶,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인생을 우리가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눈앞에 이기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품은 ‘예술의 외줄을 타는 환쟁이의 자화상’입니다. 당숙과 작가, 그리고 우리 자신의 자화상일 수도 있습니다. 불안하기 그지없는 무게중심을 지탱해주는 무지개 빛 부채, 막상 도달하면 다시 떠 있는 오색 무지개, 우리의 소박한 꿈이 아른거리는 이상, 우리의 외줄 타기는 영원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작품이다.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