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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임춘희/매순간이 낯설다면 예술가에게 축복인가 불행인가

강철

“세상=동굴=낯선 세계. 낯선 공간에서의 나의 존재는 나에게 낯설게 인식된다. 내게 보여 지는 세계로부터 나는 내가 느끼는 또 다른 현실 세계를 본다. 그 곳엔 낯선 관계로 맺어진 나와 사람들, 그리고 생소한 풍경이 있다. 그러한 관계들은 내 그림의 모티브가 된다.
추상적인 생각과 감정은 상징적으로 변형된 형상과 색 -그것의 공간 배치로 생명이 부여된- 나에겐 현실인 또 하나의 세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동굴 속을 걷는 나는 매번 부딪히는 환경-낯선 공간 속의 낯선 나, 낯선 사람들, 낯선 하늘, 낯선 공기, 낯선 바람-으로 인해 새로워진다. 그렇게 나는 거대한 동굴 속을 탐험한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순간의 영원을 꿈꾼다.”
- 작가의 생각 - 




일부 예술가들은 낯선 광경을 만들기 위해 약물과 알코올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도된 낯설기는 예술 창작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에게는 패배감만 안겨줍니다. 좀더 건전하게 낯선 자극을 체험하기 위해 오지 탐험을 갔다 오기도 하지만 기존 작품의 밑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다수의 예술가에게 ‘괄목할만한 변화와 발전’은 그만큼 숙제이자 고민입니다.
작가는 ‘노출공간인 세상’과 ‘칩거공간인 동굴’이 동일하며 매순간이 낯설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창조성이 요구되는 예술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입니다. 실제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살펴보면 양과 질에 있어서 다양함과 풍부함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작품의 스타일을 만들고 작가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단점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낯설기’는 어떻게든 통제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낯설기가 낯익음으로 서서히 변할 때, 하루아침에 작가는 창작의 원천을 다 잃어버려 더 이상 창작 활동을 못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작가는 작품이 왕성하게 제작되는 현재의 작품을 무분별하게 발표하지 않고, 특징별로 취합하고 순차적으로 출시하여 연대기별로 서서히 보여주는 작가만의 신 전략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관객들은 언제든지 ‘정리된’ 낯설기를 통한 예술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 작가 임춘희는 1998년, 2003년에 4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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