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오래 전 작업이다. 당시에 나는 가볍게,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싶었다. 나의 일상도, 새롭고도 야릇한 긴장을 즐기고 있었던 때였다. 내 마음의 움직임은 작업에 작은 변화를 보였고, 나는 무겁고 심각한 작업을 잠시 내려놓고 가볍게 내가 바라본 풍경에 집중했다.
작업실 위층에서 내려다본 삶의 풍경. 골목에서 울려 퍼지는 야밤의 고성. 삿대질과 욕설이 커지면 호기심 발동한 동네사람들이 엉거주춤 하나둘 모여들어 재미난 광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손 쓸 겨를 없이 살 떨리는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온 열정을 쏟아 부은 한 판 싸움도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 후는?
작업도 삶과 같아, 완만한 굴곡을 새기는 지루한 일상이기도 하지만, 들끓는 변신을 욕구하기도 한다. 현재 나의 작업은 이전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게 시선을 맞춘다. 인간의 욕망과 폭력, 걸러내지 않은 날것의 본성 등. 외피를 벗긴 내면의 내장을 드러내 보임은 또한 나를 드러내 보이는 한 통로가 된다.'
- 작가의 생각 -
<원래 작가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갈등을 담는 큰 이야기를 주로 하지만, 본 작품은 주위의 작은 갈등을 담은 작품입니다. 절대 공포 앞에서 많이 대담해져버린 작가에게 옆집에서 들리는 고함소리, 울음소리, 깨지는 소리 등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작은 갈등에 쉽게 반응하지만, 정작 크고 근원적인 갈등에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결국 대다수 사람이란 강한 척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지요.
그렇다고 매일같이 일어나는 시시한 다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닙니다. 적개심과 복수심으로 발전하지 않는 전제만 있다면 말입니다. 갈등이 표출되지 않고 누적되면 언젠가 종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나타나니까요. 원대한 사명감이든 쩨쩨한 이기심이든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그 때마다 주어진 갈등을 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 작가 김미혜는 2001년 개인전「구석진 자리」를 한차례 열었다.